언론인 

유럽연합(EU) 28개국 중에서 프랑스는 국토가 가장 넓은 나라다. 약 55만㎢에 달하는 광대한 국토에 10여년전만해도 10여개에 달하는 지방도시의 공항은 국내선과 국제선으로 연결되었다. 그러나 시속 300㎞ 이상으로 주파하는 고속전철(TGV) 노선이 확대되면서 지방공항의 입지가 좁아지고 이제는 니스와 툴루즈공항이 명맥을 유지하고 스트라스부르그, 리용, 보르도, 마르세유 같은 대도시의 공항들은 개점휴업 상태다. ▶독일도 프랑스의 사정과 비슷하다. 독일 전체의 허브공항 역할을 하고 있는 프랑크푸르트공항과 뮌헨공항을 제외하고는 베를린공항을 위시해 함부르크, 라이프치히, 드레스덴, 슈트트가르트공항의 역할은 줄어들었다. 일본도 도쿄의 나리타와 하네다, 그리고 오사카의 간사이와 삿포로의 치도세공항을 제외하고는 지방 도시의 공항은 역할이 대폭 축소되었다. 수년전 야심차게 확대 개항했던 나고야의 중부공항도 주요 국제선들이 취항을 취소했다. ▶유럽이나 일본의 지방공항들이 쇠락의 길을 걷는 것은 고속열차 노선이 확대되면서 지방에서 허브공항으로는 고속열차가 연결되고 허브공항에서는 A380 같은 대형기가 보다 경쟁력 있는 요금으로 취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륙간을 운항하는 국제선 항공사들은 미국이나 러시아 그리고 중국 같은 거대국가를 제외하고는 한 나라에 여러 도시에 취항하지 않는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당시 백지화되었던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과 대구의 통합 신공항이 문재인 대통령의 선심성 발언으로 다시 점화되고 있다. 짧지 않은 우리의 선거역사를 살펴보면 표를 얻기 위해서 정당이나 후보자들은 도로를 포장하고 다리를 놓겠다는 공약을 남발해왔다.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으로 대통령이 공항건설을 언급하는 것을 보면 선심의 차원이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이런 선심을 남발하는 쪽이나 이것을 보도하는 언론기관은 공항을 새로 만든다고 해서 국내외 항공사들이 자동적으로 취항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또한 고속전철의 보급으로 전국 각지에서 승객들을 빠르게 허브공항으로 연결시켜 주는 것이 보다 경쟁력 있는 요금으로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도 확실히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보다 앞서나가는 나라들은 기존 공항도 축소하는데 10여개 지방공항의 적자가 누적되어도 새 공항을 짓겠다는 선거용 발상은 정말 어이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