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5도 해상에서 조업하는 어선들에 피난처를 제공해 왔던 인천 옹진군 덕적면 울도항이 20년만에 국가어항 지위를 잃었다고 한다. 국가어항 개발의 대상으로 지정해 놓고도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부족해 결과적으로 섬 지역경제 활성화에 실패한 대표적 사례로 남게 됐다.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어항개발 사업이 주먹구구식이라는 지적을 면치 못하게 됐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인천의 지방어항인 영흥도 진두항을 국가어항으로 지정했다. 앞으로 3년간 489억원을 들여 낚시 명소와 해양관광 거점 어항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같은 날 울도항은 국가어항에서 지방어항으로 격하됐다. 울도항이 국가어항에서 배제된 이유는 간단하다. 국가어항 지정 기준 중 하나인 현지 조업 어선 수가 급감했다는 이유다. 그러나 정부가 울도항을 국가어항으로 지정한 뒤 피난항 개발에만 치중한 나머지, 정주 여건 개선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등한시한 요인이 더 크다는 것이 현지 여론이다. 국가어항 정책의 핵심인 '살기좋은 어촌 건설'엔 무관심했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제대로 된 지원과 관리도 없었다가 어선 수가 적다고 다시 배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오는 것이다.
울도항의 경우 처음부터 어선 대피를 위한 피난항 일변도로 개발됐다. 이때문에 이 사업은 이곳 주민들의 생활권과 어업활동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돼 피해만 끼친다는 지적이 많았다. 외부에서 온 뱃사람들이 주민생활권역에 폐그물 등 쓰레기만 잔뜩 버리고 가기 때문이다. 또 양식어업을 하기 좋은 수역에 피난항을 개발해 주민들의 소득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도 낳았다.

당초의 입지 선정이 지역 특성이나 주민들의 어업활동과 배치돼 오히려 도서 지역의 정주여건을 악화시킨 사례이다. 이제라도 국가 어업대계와 해당 지역 주민들의 생활 여건에 이바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내실을 확보해야 한다. 어항 개발은 대규모 투자가 소요되고 투자 후에는 수정·보완이 어렵기 때문에 지역적 특성과 어로 환경 등을 살펴 시행착오가 없도록 해야 한다. 육지와 너무 멀어서 울고, 인심이 너무 좋아 또 울고 간다는 울도의 주민들에게 상처만 남긴 국가어항 개발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