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건강하게 뿌리내리는, 바른 오늘의 밥상

 

[자연 품은 한적한 곳 … 산책하는 맛은 덤!]

"소설 <어린 왕자>에도 나오는 바오밥 나무는 보통 1000년이 넘게 사는 신비한 식물이지요. 강인한 생명력과 함께 열매는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주는 것처럼 손님들이 밥 한 끼를 드셔도 한적한 곳에서 여유롭게 힐링을 하며 드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바른 오늘의 밥상'이란 뜻을 더해 음식점 이름으로 지었어요."

인천 남동구 수산동의 스페인 요리 전문점 '바오밥 카페 앤 키친'은 미추홀도서관 뒤쪽으로 들길을 걸어서 10분 남짓한 거리에 있다.

'바오밥'의 김승자 대표는 시골에서 땅을 밟고 살아야겠다고 맘먹고 오빠와 언니가 미리 살고 있던 수산동에 들어와 지금의 '바오밥' 영업을 시작한지 3년이 지났다. 카페만 하려다 차만 팔아서 될까 하는 생각이 들어 스페인과 이탈리아 음식을 같이 하게 됐다.

"아이들이 네명이에요. 20년 넘게 아이들을 키우며 외식은 거의 안했어요. 어릴 때부터 손수 음식을 만들어서 먹였어요.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려다보니 요리에 눈이 뜨이고 궁금해지고 알고 싶어져서 요리학원에서 공부도 했죠. 음식점을 차리려고 학원에 다닌 건 아니지만 결국 '바오밥'을 열게 됐네요."

김 대표는 전업주부로 아이들을 키운 건 아니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하루에 3시간밖에 못자며 매일 바쁘게 살았다.

"우리 아이들은 엄마가 TV를 본다거나 앉아서 쉬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해요. 남편 친구들은 집으로 모셨지요. 저녁에 손님들을 초대해서 중화요리나 스페인, 이탈리아 음식을 만들어 드리면 '맛있다'며 드셨지요. 툭하면 믹서기 6대가 돌아가곤 했어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손님들 식탁 세팅하는 법을 배우게 되고. 외국에 공부하러 갈 때는 '엄마 자존감있게 키워 주셔서 고마워요'라는 말을 했어요. 모두 좋은 음식을 직접 만들어서 드리려는 마음뿐이었어요."

손님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음식을 드렸던 심정으로 '바오밥'을 운영하는 김 대표는 스페인 요리를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요리해서 내놓는다.

"스페인 요리는 현지에서처럼 하면 짜고 맵고 건조해서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아요. 파스타만 해도 우리는 육수가 자박하게 있는 걸 원하지만 스페인 사람들은 국물없이 먹어요. 송도신도시의 기업에 다니는 스페인 사람들이 단골로 오는데 스테이크를 먹을 때는 소금을 많이 뿌리고, 파스타도 면만 삶아서 주면 치즈와 올리브유, 토핑할 재료를 따로 달라고 해서 자신들이 직접 믹스해서 국물없이 먹어요."

외진 곳이지만 손님들 대부분 지인들의 추천을 받거나 맛집 소개하는 블로거의 글을 보고 찾아온다. 테이블 간격이 넓어서 가족이나 직장 동료들이 편하고 여유롭게 음식을 맛볼 수 있고 식사 전후에 '바오밥' 주변을 한가롭게 걸어보는 맛은 이집만의 '덤'이다.
자체 주차장도 있어서 자동차 10대정도는 넉넉하게 주차할 수 있다. 032-462-3062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스페인 요리지만 우리 입맛에 딱!'그 집'의 추천메뉴]

▲ 생명 연장 슈퍼푸드 샐러드
▲ 생명 연장 슈퍼푸드 샐러드

 

●생명 연장 슈퍼푸드 샐러드
바오밥 나무처럼 오래 살자는 의미에서 몸에 좋은 슈퍼푸드인 브로콜리, 귀리, 토마토, 블루베리, 햄프씨드, 견과류 등에 아침마다 직접 만드는 치즈와 함께 요거트 크림소스를 사용해 만든 연어 샐러드. 바질, 루꼴라와 열대과일로 백가지 향이 난다고 '백향과(百香果)'라고 불리는 '패션프루츠(passion fruit)' 등 향신채와 블루베리, 토마토, 귀리 등은 김승자 대표가 직접 재배해서 토핑 또는 요리 재료로 사용한다.

▲ 까수엘라
▲ 까수엘라

 

●까수엘라
해산물이 풍부한 스페인의 대표적인 음식. 보통 감바스로도 알려져 있는데 올리브오일 속에 새우와 마늘, 바질, 레몬 등 재료가 어우러져 풍미를 더해준다. 따뜻하게 나오는데 바게트 빵에 올리브오일을 찍어서 새우, 마늘 등을 얹어서 먹으면 느끼할 것 같다는 예상은 빗나가고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올리브유가 식으면 느끼한 맛이 강해지기 때문에 자기그릇에 조리한 뒤 그대로 상에 올려 먹는 내내 음식이 식지 않는다.

▲ 먹물 빠에야
▲ 먹물 빠에야

 

●먹물 빠에야
스페인 국민요리인 빠에야를 우리 입맛에 맞게 조리했다. 항암예방에 좋은 먹물소스로 맛을 내어 짭짤하면서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좋은 '바오밥'의 대표음식. 먹물 빠에야는 생각보다 짜지 않고 의외로 담백하면서 느끼하지 않다. 레몬즙을 살짝 둘러주면 새콤해서 질리지 않고 밥이 얇게 퍼져 있어 양도 적당하다. 밥은 볶지 않았는데 볶음밥처럼 꼬들꼬들한 맛이 나고 밥 속에 닭가슴살을 잘게 찢어 넣어 새우와 함께 든든한 한끼를 책임진다.

▲ 우삼겹 파스타
▲ 우삼겹 파스타

 

●우삼겹 파스타
오일 파스타이면서 바싹하게 잘 구운 우삼겹을 얹어 스페인식에 한국식을 가미했다. 맛에는 국경이 없음을 보여준 파스타로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구운 우삼겹 육즙과 파스타 소스가 묘하게 어우러져 깊고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양파, 버섯, 방울토마토와 각종 야채가 듬뿍 올려져 있어 면과 함께 한입에 먹으면 일품이다.

 

▲ 인천시립무용단원 김도희(왼쪽), 박소연씨가 스페인 요리 전문점 '바오밥 카페 앤 키친'에서 만나 무용과 공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인천시립무용단원 김도희(왼쪽), 박소연씨가 스페인 요리 전문점 '바오밥 카페 앤 키친'에서 만나 무용과 공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도희·박소연 인천시립무용단 무용가가 찾은 '바오밥 카페 앤 키친']

"3월1일부터 3일까지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3·1절 기념으로 열리는 '100년 후 꿈꾸었던 세상' 공연날짜가 다가오면서 오전과 오후, 하루에 두 번씩 진행하는 연습시간에 모든 공연 참가자들이 긴장하는 눈빛이 역력해요. 이번 공연이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펼치는 의미있는 무대인만큼 어느 때보다 잘해야겠다는 마음이에요."

인천시립무용단의 박소연, 김도희 단원이 인천 남동구 수산동에 있는 스페인 요리 전문점 '바오밥 카페 앤 키친'에서 만나 무용과 공연 등의 이야기를 나눴다.

유관순 열사의 이화학당 스승이자 여성 독립운동가인 '김란사'의 생애를 그린 이번 공연은 인천시립예술단의 무용단, 교향악단, 극단, 합창단 등 4개단체가 모두 참가하는 창작 음악극으로 주인공 김란사 역은 3명의 배우와 2명의 무용수가 소녀시절부터 40대까지 나눠 표현하는데 김도희씨는 '성인 김란사'역을 맡았다.

"지난해 말에 대본은 받았고 안무가 완성되면서 올해 초부터 본격 연습을 시작했는데 개인적으로 실존인물인 '성인 김란사' 역에 대해 생애와 활동사항 등을 분석한 뒤 표현해도 그분께 누를 끼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무척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에요."

박소연씨는 이번 공연에서 가짜 김란사, 기생 의열단 등 많은 역을 하게 됐다.
"대본부터 음악, 안무 등 이번 공연은 모두 창작으로 이뤄지고 4개단체가 함께 하니까 직접 참가하는 인원만 300명이 넘고 무대 규모도 엄청나게 커요. 또 음악극이라서 무용단이 합창도 하고 합창단이나 배우들이 율동도 하는 장면도 있어요. 근현대사 여성의 자료가 많지 않아서 큰 줄거리만 유지하고 크고 작은 사건 등은 상상력으로 이뤄진 작품이에요."

초등학생 때부터 무용을 시작한 두 사람은 한국무용을 전공한 뒤 인천시립무용단에서 선후배로 만났다.
"무용은 모든 표현을 손짓, 발짓, 몸짓은 물론 얼굴표정 등 오로지 몸으로만 나타내야 하는 예술장르라서 연습이 무척 힘들고 체력도 필요하죠. 또 부상위험도 늘 있어서 무용단의 선후배관계는 군대보다 더 엄격해요. 특히 한국무용은 동작 하나하나마다 감정의 깊이가 다르고 보는 사람마다 시선차이가 크기 때문에 정답을 찾기 어려운데다 연륜이 필요한 장인정신까지 갖춰야 하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무용은 한번 빠져들면 부모님이 말려도 포기하지 않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어요."

두 사람은 지난해 인천시립무용단의 정기공연이었던 그리스 비극인 오이디푸스를 모티브로한 '비가(悲歌)'의 여주인공 이오카스테 역에 더블 캐스팅됐을 정도로 무용단의 핵심단원이다.

"이오카스테라는 캐릭터가 슬픔이나 기쁨 등 복합적으로 나타내야하기 때문에 표현의 한계에 부딪치기도 했지만 이를 넘겨보려고 하면서 한단계 성장했다는 느낌이 받을 정도로 애착이 가는 작품이었어요"라는 박소연씨의 말에 김도희씨도 "비가를 하면서 무용단의 같은 단원인 남편이 수술을 할 정도의 부상을 당했고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등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에 공연 준비를 하고 무대에 올라 집중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애증이라는 감정을 표현하는 나름의 방식을 터득했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작품에 대한 질문에 두 사람은 모두 "시립무용단 윤성주 예술감독이 안무를 맡은 '묵향'이 한국무용의 호흡과 색채, 의상, 무대기법, 조명 등 전통 춤은 그대로 갖고 가면서 현대적으로 세련되게 해석한 작품이라서 공연 기회가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용과 공연 이야기를 하며 스페인의 대표적인 서민음식인 빠에야, 까수엘라, 파스타를 맛보고 있는 두 사람의 몸짓에서 '정열의 나라' 스페인의 전통춤 플라멩코와 한국무용이 오버랩되고 있었다.

/글·사진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