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굿모닝인천 편집장


월미도 순환 도로를 돌다 보면 다소 낯선 학교가 나온다. 1979년 인천선원학교로 출발한 국립인천해사고는 현재 항해과와 기관과가 개설돼 있다. 이 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 배를 탄다.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금요일 오후가 돼야 해군사관생도와 비슷한 제복을 입은 학생들을 인천역 주변에서 가끔 볼 수 있다.

해사고는 인천항 갑문과 붙어 있어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다. 우연한 기회에 교정에 들어간 적이 있다. 언뜻 보기에는 일반학교와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 조형물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잔디광장 한편에 '세계로 가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모스크바, 킬리만자로, 카사블랑카, 콜롬보, 호놀룰루, 아바나 그리고 독도 등이 저마다의 방향을 향한 채 기둥 하나에 묶여 있다. 지역명 옆에는 인천과의 거리가 적혀 있다. 가리키는 방향으로 쭈욱∼ 가면 그곳에 닿을 수 있다. 물론 남극(14,168㎞)도 갈 수 있다.

50개 가까운 도시 표지판 중에 유난히 눈길이 간 지역이 있다. 불과 349㎞ 떨어져 있지만 남극보다도 더 먼 곳이다. 바로 북한의 신의주이다. 오늘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 이번 일이 잘 풀려 남북이 자유롭게 오고 가는 날이 하루바삐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2월19일 인천해사고 39기 졸업식이 있었다. 졸업생들은 그 자리에서 교가를 힘차게 불렀다. "대한의 아들들이 여기 모였다. 이 나라 키우려고 우리 모였다. 슬기로운 마음과 무쇠 몸 길러 새 시대 배를 젓는 주인 되리라." 인천의 해사고 학생들이 새 시대의 배를 타고 인천항을 출발해 신의주를 제집 드나드는 날이 곧 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