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실장

노인연령 인식이나 규범에 대한 논란이 심심치 않다. 최근 대법원이 육체노동자 가동연한을 65세로 높여 판결하자 잠시 잠잠했던 노인연령 불씨가 다시 점화되는 분위기다. 이에 맞춘 정년 연장 기대도 피어오를 전망이다.
지난 1989년 가동연한이 55세에서 60세로 판결된 이후 24년이 흐른 2014년 60세 정년이 법제화됐다. 아마도 향후 65세 정년은 이 기간보다 단축될 공산이 크다. 한국사회의 급속한 고령화 현상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 새로운 규범이 나왔으니 복지, 연금 등에서 노인연령을 상향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비롯한 기초연금, 장기요양보험, 돌봄서비스 등도 몇 년을 유보해야 할 지 모른다.

하지만 OECD 국가 중 노인 상대빈곤율이 가장 높은 우리의 현실에서 당장 빈곤노인의 복지 영역 축소는 쉽지 않은 사회적 문제다. 규범에서의 실제나이(역연령)는 매우 중요한 정책 수단이다. 그러나 이를 벗어나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실제 연령보다 더 젊다고 인식한다. 역연령만으로는 개인의 노화 정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연령 개념도 다각도로 분류된다.
생년월일에 따른 나이 구분도 있고, 생물학적 연령으로 활용되는 신체나이는 건강과 밀접하다. 심리적 나이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신체적으로 성숙했다 하더라도 심리적 나이와는 일치하지 않는다. 사회의 규범으로 정해진 사회적 나이를 피해 갈 수 없듯이 교육을 받거나 정년을 맞이하는 나이는 사회 통념으로 수용돼 왔다. 이렇듯 나이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특히 주관적 나이는 과거보다 훨씬 젊어지고 있다. 자신이 스스로 지각하는 인지연령의 인플레이션 현상이다.

최근 노인이라고 인식하는 연령이 70세 이상으로 나타났다. 201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조사대상 1만명 중 86.3%가 '70세 이상'이 노인이라고 응답했다. 또 '2018년 서울시 노인실태조사'에서 노인기준 연령은 평균 72.5세였다.
인간에 있어서 연령에 대한 이해는 간단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노화의 부정적 가치를 거부하는 주관적 연령 인식은 긍정적인 자아상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19세기 후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의 65세 노령연금 기준이 백세시대에 통용될 리 없다. 노년기 생활주기 연령도 한참 뒤로 가야 할 판이다. 인간의 발달과제를 다룬 교과서 내용도 바꿔야 할 태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