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가 용인으로 잠정 결정됐다. 이번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계획은 장기불황으로 얼어붙은 국내 경기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이천-용인-청주 벨트, 삼성전자의 기흥-화성-평택 벨트, 성남 판교 디지털밸리 등의 반도체 협력업체들이 모두 모여 '한국판 실리콘밸리'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2일 용인시가 요청한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 특별물량 추가공급 요청안을 수도권정비위에 상정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수도권정비위 심의에서 확정될 경우 SK하이닉스는 올해부터 2024년까지 용인시 원삼면 일대 448만㎡에 1조6000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이 가운데 198만㎡에 2022년부터 120조원을 투자해 4개 라인의 반도체 제조공장을 건설한다. 이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1만5000개 이상의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유치경쟁을 벌였던 이천, 충북 청주, 경북 구미에도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향후 5년간 그룹 투자의 60%(22조원)를 비수도권에 집중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SK하이닉스가 용인을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로 요청한 것은 이만한 입지가 없기 때문이다. 우선 용인시에는 현재 전국 반도체 업체의 85%가 인근에 산재해 있는 게 강점이다. 게다가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공장이 있어 반도체공장과 부품, 소재업체까지 입지한다면 막대한 시너지 효과도 예상된다. 또 사통팔달의 입지여건으로 관련 업체들의 접근성이나 반도체기업 집적화에 필요한 기업 간 협업이 어느 지역보다 용이하다.
그동안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경쟁을 벌여온 일부 지자체들의 반발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은 4차산업의 핵심으로 국가의 백년지대계라 할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경쟁 탈락지역에 적극적인 투자책을 내놓은 만큼 대승적 차원에서 결정을 수용해야만 한다. 더 이상의 소모적 논쟁은 기업과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판 실리콘밸리를 구축하는데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