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했던 풍경, 낯설어진 순간
▲ 최병관 지음, 한울, 375쪽, 3만6000원


"그리움이 밀려오는 날이면, 모질도록 사진과 함께 살아온 지난날이 관객 없는 허름한 극장에서 필름이 돌아가듯 쓸쓸히 스쳐 간다. 가슴을 조여오는 알 수 없는 순간이 밀려올 때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 숨겨둘 곳이 없다. 어쩔 수 없이 불쑥 찾아오는 그리움이라고 해도, 때로는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으로 하얗게 밤을 지새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오랜 세월 손때 묻은 카메라를 둘러메고 자연으로 떠나는 그날만큼은 향기로운 기쁨이 넘쳐난다는 것이다."(여는말 6쪽)

DMZ 사진작가로 널리 알려진 작가 최병관이 자연의 경이로움과 자신의 사진 철학을 담은 포토 에세이를 펴냈다.

최병관 작가에게 최고의 피사체는 자연이다. 민간인 최초로 비무장지대를 누볐을 때도, 어머니가 장사 다니시던 길을 걷고 또 걸었을 때도, 그는 항상 손에서 카메라를 놓지 않으며 자연의 신비를 담아내고자 미친 듯이 셔터를 눌러왔다.

이 책에서 작가는 그날그날 찍은 사진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내어, 고단한 사진 작업을 이어가면서도 자연과 사람에게서 치유받는 사진가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눈으로 일상의 작은 마주침에서도 자연의 경이를 발견하는 사진가의 기록이다. 끊임없이 탐구하고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최병관 작가의 작업 일기는 아름다운 사진에 한층 감동을 더한다. 저자는 "이 책이 메마른 일상에 파묻힌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주변의 자연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신선한 경험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병관은 사진가이며 시인이다. 인천 남동구 산뒤마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그곳에서 살아오면서 사라져가는 고향 풍경을 끊임없이 사진으로 남기며 글을 쓰고 있다.

그의 사진은 '노 포토샵', '노 트리밍', '노 후드', '노 컬러 필터', 이 네 가지를 원칙으로 자연 속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다. 그의 사진은 색이 곱고 간결하며 볼수록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사람들은 최병관 작가의 작품을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진이라고 이야기한다. 장비나 기교에 의존하지 않고 오직 인내와 열정으로 작가의 영혼을 담아 찍은 순수한 사진들은 생생한 감동과 놀라움을 자아내며, 보는 이의 가슴을 뛰게 한다.

빛, 꽃, 계절, 생명, 하늘 등 우리가 매일 만나면서도 당연하게 여겨온 풍경 속에서 눈 밝은 사진가는 끈질긴 인내로 자연 본연의 색을 찾아낸다. 고독하게 인내하는 사진가의 노력에 보답하듯, 일상의 평범한 자연마저도 자신만의 특별한 아름다움을 활짝 열어 보인다.

사진을 매개로 하여 오랫동안 마음을 나눠온 자연과 사진가의 따뜻한 동행이 설렘으로 생생히 다가온다. <자연과 사진가의 오랜 동행> 북 토크쇼는 3월28일 오후 7시30분 서울의 숭례문학당에서 최 작가의 강연과 질의응답, 소감 공유 등의 순으로 열린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