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명순 지음, 삶창, 268쪽, 1만3000원

이 책에 실린 43편의 영화에 대한 에세이를 한 마디로 압축한다면 '삶'이다. 저자 스스로 밝혔듯이 영화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보다 주체할 수 없는 사랑으로 썼기 때문인지 어느새 저자가 소개하는 영화의 내면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영화의 내면은 알고 보면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영화와 우리를 점도 높게 연결한 것은 당연히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다. 스스럼없는 고백과 치장하지 않은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누군가의 다정한 손길에 이끌려 스크린 앞에 앉아 있는 느낌에 휩싸인다. 저자는 영화를 통해서 뜻밖의 공부의 의미를 발견하기도 한다. 가족의 의미와 지난 시간의 일들을 반추하는 것도 공부이지만, 영화를 통해 여성의 현실을 새로이 깨닫게 되는 경험을 갖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