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안전 조치·방역' 강화 … 사고 피해 최소화

 

▲ 지난해 5월 인천 내항1부두에 정박한 5만2422t급 대형 자동차 운반선 '오토배너호'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인천일보 자료사진

 

▲ 지난해 2월 인천 중구의 한 보세창고에서 방역당국 관계자가 붉은불개미가 발견된 창고 인근에서 트랩조사 도구를 살펴보고 있다. /인천일보 자료사진

 

▲ 지난해 10월 인천항 내항에 쌓아둔 컨테이너가 무너져 차량을 덮쳤다. 당시 사고로 50대 노동자 1명이 안타깝게 숨을 거뒀다. /사진제공=인천항만공사
▲ 인천항만공사가 제작한 사고 대응 매뉴얼 표지. /사진제공=인천항만공사
▲ 인천항만공사가 제작한 사고 대응 매뉴얼 표지. /사진제공=인천항만공사

 

지난해 인천항은 여러 사건사고로 부침을 겪었다. 근대 이후 인천항 최대 화재라 부를 수 있는 '오토배너호 화재사건', 강한 독성으로 자칫 사람을 해칠 수 있었던 외래종 '붉은불개미 발견', 강풍으로 컨테이너가 무너져 인명피해가 났던 '내항 하역사고' 등이 대표적이다.

인천항만공사(IPA)는 다시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지난해 사건·사고를 정리하고 대응 방안을 기술한 '사고 대응 매뉴얼'을 발간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사건·사고 조치사항과 향후 대응방안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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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 검은 연기로 뒤덮은 '오토배너호 화재'

인천항 최대 화재 사건 회자
선적 전·후 안전점검 강화로


지난해 5월21일 오전 9시39분. 내항 1부두 11번 선석에서 5만2422t급 대형 자동차 운반선 '오토배너호(AUTO BANNER)'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한 차량에서 시작된 작은 불은 중고차 2474대가 가득 실려 있던 배를 삽시간에 뒤덮었고, 검은 연기는 인천항을 넘어 중구 일대에 짙게 깔렸다.

천만 다행으로 선원 31명 중 배에 타고 있던 28명은 11시43분쯤 구조돼 모두 무사했다. 그래도 불은 소방당국이 화재대응 2단계를 발령할 정도로 크게 치솟았다. 소방장비와 인력을 비롯해 해군·해경까지 화재 진압에 나서 배에 물을 뿌렸다.

화재 2일차인 22일. 화재대응은 1단계로 낮춰졌다. 그래도 불길은 여전히 잡히지 않았다. 선박 측면과 외판을 절단하고 물을 뿌리는 작업이 계속됐다. 배가 기울어지면서 자칫 전복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 평형수 200t도 보충했다.

3일차인 23일부터는 검은 연기도 조금씩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소방차들은 물을 뿌리고 있었지만, 큰 불길을 잡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4일차인 24일 오전 5시5분. 중부소방서가 완진을 선언하고 지휘권을 인천항만공사에 이양하면서 화재사건은 일단락된다.

오토배너호 화재는 지금도 인천항 최대 화재 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다. 대형 자동차 운반선에서 불이 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선박화재는 밀폐된 공간이라는 배 특성상 진압에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만큼 확산을 막으려면 초기 진압이 중요하지만, 이번 사건은 선박 측이 소화기 3대를 이용해 자체 진화를 시도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문제가 있었다.

IPA는 이번 사고의 시사점과 화재 예방을 위한 개선점으로 △선적 전 자동차 안전점검 실시 △선적 후 최종점검 철저 △관계자 소방안전 교육 등 안전체계 강화 등을 꼽았다. IPA 관계자는 이번 매뉴얼을 통해 "중고차 선적으로 인한 화재사고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신속한 사고 수습을 위해선 추가 인력과 초동 대응 준비 매뉴얼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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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종 유입 인천항 '붉은불개미 발견'

살인개미 악명 … 세 차례 나타나
정기 방역·트랩 설치·검사 강화


붉은불개미는 지난해 인천항을 비롯한 전국 주요 항만의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붉은불개미는 남미에서 처음 발견된 개미로, 세계적인 악성 외래종으로 이름이 높은 곤충이기도 하다. 크기는 2.5~6㎜로 매우 작지만, 독침을 쏘는데다 일부 사람에게는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몇몇 경우에는 사망하는 사례도 발견되고 있다. 이 때문에 '살인개미'라는 이름으로 공포의 대상이 돼 왔다.

지난해 인천항에서도 총 세 차례 붉은불개미가 발견됐다. 2월19일 오후 5시쯤 남항 일대의 한 창고에서 일개미 1마리가 발견돼 한때 소동이 일었다. 당시 발견된 붉은불개미는 나무가 들어있던 컨테이너를 타고 들어온 것으로 예상된다. IPA는 사상 처음으로 붉은불개미를 발견함에 따라 향후 수입화물에서도 다시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월 1회 이상 소독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두 번째 붉은불개미는 같은해 7월6일 오전 11시쯤 남항 컨테이너부두 야적장에서 발견됐다. 이번 발견은 심각했다.

여왕개미 1마리를 포함해 일개미 776마리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번식이 가능한 여왕개미가 발견되면서 IPA는 물론 방역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자칫 국내에서 번식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IPA는 검역본부를 도와 현장지원에 나서는 한편 비상대책본부를 운영하며 대처했다.

방역당국은 컨테이너 인근을 모두 소독하고 정밀조사와 예찰활동을 벌였다. 발견부터 조치까지 총 13일이 걸린 대형 사건이었다.

2018년의 마지막 붉은불개미는 10월8일 오전 10시쯤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나타났다. 여왕개미는 없었지만 일개미 75마리가 한꺼번에 나타났다. 소독과 번식 가능성 조사, 방역조치 등이 한꺼번에 진행됐다.

IPA는 시사점 및 잘한 점으로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한 정기방역 강화(월 1회 이상) △살충제 투약 △개미 유인용 트랩 설치 △개미류 검출 가능성이 높은 품목에 대한 개장검사 강화 등을 꼽았다. 반면 미흡한 점으로는 외항 화물선 선적지 방제활동이 의무사항이 아니다보니 붉은불개미가 유입되지 않도록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어렵다는 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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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인명 희생된 '내항 하역사고'

강풍에 컨 무너지며 노동자 사망
안전 조치 강화·주차 금지 확대


지난해 10월28일 오전 7시50분쯤. 내항 선석과 야적장을 구분하기 위해 경계지역에 쌓아둔 컨테이너는 강풍에 위태롭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25.4m에 이르자, 3단으로 쌓아둔 컨테이너가 강풍에 밀려 무너지면서 근무자와 차량을 덮치기에 이른다.

사고에 휘말린 50대 노동자는 병원으로 응급 후송됐지만 안타깝게 명을 달리하고 만다.

이 사고는 인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별도 조치 없이 컨테이너를 쌓아뒀다가 강풍에 밀려나 무너진 사고였기 때문이다.

IPA는 사고 이후 사고자 빈소를 방문해 재발방지를 약속한 후 하역시설, 장비 고박·보관, 컨테이너 및 화물 장치 상태 전반을 점검했다. 적재 컨테이너와 원목에 안전조치를 강화하고, 부지 내 도로·야적장·에이프런 등에는 주차를 금지했다. 또 컨테이너·중량화물 등이 인근 구역을 이동할 때 반드시 안전조치를 거치도록 했다.

항만에서 이뤄지는 하역작업은 매우 위험하다는 특징이 있다.

무거운 화물이나 긴 화물이 많고, 선박과 화물이 다양하다보니 일괄적인 방법으로 화물을 처리하기에 어려움이 높은 편이다. 특히 작업공간이 좁고 물동량이 불규칙해 산업재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IPA와 하역회사·노동조합은 이를 계기로 매일 합동 안전순찰을 실시하고, 매뉴얼을 보강해 날씨에 따라 조치사항을 매뉴얼로 만들어 지키고 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