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익 웃고 마는 책도 하나의 책이 될 수 있답니다"
▲ 박무늬씨가 본인의 저서 <오늘도 손님이 없어서 빵을 굽습니다>를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 <오늘도 손님이 없어서 빵을 굽습니다>의 표지. /사진제공=북앤드로잉
▲ <오늘도 손님이 없어서 빵을 굽습니다>의 표지. /사진제공=북앤드로잉
▲ <오늘도 손님이 없어서 빵을 굽습니다>의 내지. /사진제공=다시서점
▲ <오늘도 손님이 없어서 빵을 굽습니다>의 내지. /사진제공=다시서점

'해도 너무 할 정도로 손님이 없는 카페', 안산 대동서적 한 편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박무늬씨의 <오늘도 손님이 없어서 빵을 굽습니다>는 세상에서 가장 잘 팔린 베이커리 교본은 아니지만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교재라 단언한다.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피식 피식' 웃음 소리가 새어 나오는 책. 글 박무늬, 그림 박오후. 박자매의 '힐링 도서', <오늘도 손님이 없어서 빵을 굽습니다>를 소개한다.

'너무 익어서 상하기 직전의 복숭아'로는 복숭아 파이를 만들어야 합니다. 꼭 그래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영화 '레이버 데이'에 나오거든요. 여기서 제가 본 것 중 가장 섹시한 요리 장면이 나옵니다. 복숭아 파이를 만드는 장면이 이렇게 짜릿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도 '손님들을 유혹해보자'는 마음으로 섹시한 복숭아 파이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제가 먹으려고 만드는 것이다 보니 재료는 아끼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복숭아를 말도 없이 파이 재료로 쓴 것에 분노하던 언니도 막상 먹어보더니 맛있다고 했고, 단골손님도 너무 맛있다며 칭찬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냉정하게 파이지(파이 등의 바닥 부분을 만드는데 쓰이는 반죽)가 좀 더 부드러우면 좋을 것 같다고 평가하셨습니다. 다음번에는 섹시함 말고 부드러움으로 채우도록 연습해야겠습니다. <오늘도 손님이 없어서 빵을 굽습니다 中에서>

◈빵을 먹고 싶어 빵을 굽습니다
<오늘도 손님이 없어서 빵을 굽습니다>는 박무늬씨와 그의 친언니 박오후씨가 카페 운영을 하던 중 빵을 만들게 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간단한 제빵 레시피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제목만큼이나 인상적인 <오늘도 손님이 없어서 빵을 굽습니다>는 말 그대로 손님이 없는 카페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낼 요량으로 취미 삼아 시작한 빵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졌다.

"책을 쓰기 위해 빵을 구웠는지 빵을 구우면서 책을 쓰게 됐는지 어떤 것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웃음) 글을 쓰거나 빵을 굽는 일 모두 좋아하는 일이에요. 하루 매출이 3만원 정도인 카페에서 지루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가장 좋아하는 빵을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죠. 특히 카페 안으로 온종일 향기로운 빵 냄새를 맡을 수 있어 저에게는 매우 행복한 일이었죠."

'하루라도 빵을 먹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칠 만큼' 소문난 빵순이인 박씨는 그 길로 미니오븐과 베이킹 도구를 마련하고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각종 베이커리 교재나 유튜브 영상을 보며 만든 초보 수준의 빵이었지만 맛이 썩 괜찮았다. 텅 빈 카페 진열대도 채우고 음료와 곁들인 간단한 간식으로 하루에 한 개씩 새로운 빵과 과자를 만들어 손님들에게 내어 보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오늘의 스위츠(Sweets)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미니오븐에 빵을 구우면 3개 정도? 한 개는 제가 먹고 나머지 두 개는 카페를 방문한 손님들에게 판매를 하죠. 1일 1빵 형태로 새로운 빵을 매번 만들어보고 판매도 하는 것이 '오늘의 스위츠 프로젝트'예요. 주변에서 냉동생지를 사다가 구우면 훨씬 수월하고 벌이도 좋을 거라 하지만 돈을 벌려고 만든 빵이 아니다 보니 내키지가 않더라고요. 무엇보다 시간을 때울 수가 없고 보람도 느낄 수 없는 빵 만들기는 저한테 의미가 없어요."

'오늘의 스위츠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빵을 만들면서 초보자들이 흔히 겪는 실수와 일화들을 솔직 담백하게 적어 내려갔다. 무엇보다 보기 간편하게 적어 놓은 레시피들은 직접 빵을 만들어 볼 수 있어 재미를 더하고 있다.

"영화 '레이버 데이'를 보면서 빵을 먹고 싶기도 했지만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이처럼 영화나 책을 통해 그것을 실제로 해볼 수 있도록 단순한 에세이에 기능적인 요소를 갖춘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레시피도 같이 적게 됐어요."

지난해 10월, 박무늬씨는 그의 1인 출판사 '머쓱;;'을 통해 틈틈이 적어놓은 제빵 기록들을 엮어 <오늘도 손님이 없어서 빵을 굽습니다>를 출간하게 됐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오셨어요. 주로 빵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이 직접 카페로 찾아와 응원해 주시는 분도 계셨고 SNS를 통해 메시지를 전해오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특히 저희 아빠께서 책을 읽고 난 뒤 농담조로 '이렇게 가벼운 책은 처음 봤다며 씨익 웃고 마는 책도 하나의 책이 될 수 있겠구나'라며 말씀하셨을 때는 참 뿌듯하고 보람됐습니다."

오늘은 스콘을 굽습니다. 뚱뚱하고 못생기게 만들려고 합니다. 그래야 먹음직스러우니까요. 뚱뚱하고, 못생기고, 옆구리도 울퉁불퉁 갈라진 스콘을 보고 있으려니 괜히 부러워집니다. 스콘은 못생겨도 사랑받는데,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오늘도 손님이 없어서 빵을 굽습니다 中에서>

▲ 박무늬씨가 직접 구운 쿠키. /사진제공=박무늬
▲ 박무늬씨가 직접 구운 쿠키. /사진제공=박무늬

 

◈오디오로 빵을 굽습니다
올해로 26살이 된 박무늬씨는 대학 졸업 후 호텔 서비스업체를 다니며 직장 생활을 해오다 지난해 이곳 안산 대동서적에서 카페를 열었다. 친언니이자 이 책에 그림을 담당한 박오후씨와 주업과 부업을 번갈아가며 운영하고 있다.

"아직 재료비 수준의 매출이기에 다른 일을 병행할 수밖에 없어요. 언니가 직장 생활을 하면 제가 카페를 운영하고 제가 직장 생활을 하면 언니가 카페 운영을 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꾸려가고 있죠. 저도 얼마 전까지 직장 생활을 했었는데 공감 능력이 가장 큰 장점인 저는 서비스 직종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적인 부분이 맞부딪쳐 그만두게 됐죠. 카페 운영을 하다 보면 주체적으로 저와 언니의 결정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자영업의 매력인 것 같아요. 매출이 적음에도 아직까지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사실 박씨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글을 쓰는 일이다. 유년 시절 일기 쓰기나 플래너 작성하는 일을 즐겨하던 그는 일상의 일화들에 대한 에세이를 써내기도 했다.

"기록이 갖는 힘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소설보다 수필이나 에세이를 읽는 것을 즐겨하고 편지나 일기를 쓰는 것을 좋아하죠. 다수의 독자를 고려해야 하는 소설보다는 친구든 나 자신이든 한 독자에게 집중할 수 있어 편지나 일기를 좋아해요. 2년 전 일본 교환 학생 생활을 하면서 친구와 편지를 주고받곤 했는데 타지의 외로움을 덜어주던 소중한 시간이었죠. 일기나 편지글을 쓸 때는 항상 신중하고 진실 되게 써요. 제가 죽고 나서 이 편지를 누군가 읽었을 때 부끄럽지 않게끔, <반지의 제왕>의 첫 장면처럼 먼 훗날 나이가 들어서도 글을 쓰고 있는 제 모습을 그리고 싶습니다."

최근 박무늬씨의 <오늘도 손님이 없어서 빵을 굽습니다>는 네이버 오디오 클립을 통해 오디오북을 연재하고 있다. 그의 귀여운 목소리가 더해진 덕분에 많은 독자들의 뜨거운 성원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분들이 응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다음 책을 기대하시는 독자 분들 덕분에 책을 쓰게 된다면 전편에서 주로 다뤘던 제과 말고 이번엔 제빵 얘기를 다뤄 볼 계획입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