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윤 인천대 사회복지1

1995년 교육개혁 이후 대학 자율화가 꾸준히 추진되어 왔다. 이에 따라 대학 재정의 책임이 국가가 아닌 개별 대학으로 넘겨졌다. 대학의 수익성, 효율성이 중요한 지표로 대두되며 자율적으로 대학 재정을 마련하고 운용할 이사회, 재단 등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대학 운영에 학내 구성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결국 구성원의 권리를 침해하고 의사에 반하는 정책들이 아무렇지 않게 추진되거나 인사·재정 비리 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 박근혜 정부는 신자유주의 대학 질서를 강화하는 대학 구조개혁 평가를 진행하고, 이를 재정 지원과 연동시켜 대학 길들이기에 나선 바 있다. 특히 총장직선제를 유지하는 대학에 재정 지원 축소를 예고하고, 구성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친정부 인사를 대학 총장 등 요직에 임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국공립대에서 1순위로 추천한 총장 후보가 임명되지 못한 경우도 발생했다. 법인 사립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구성원의 추천을 받은 총장 후보가 아닌 2, 3순위 후보자들이 총장에 임명되어 반발을 샀다.

이화여대 미래라이프대학 철회 투쟁을 시작으로, 투기자본의 이익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서울대 시흥캠퍼스 사업 반대, 상지대 비리사학 퇴출 등 곳곳에서 투쟁이 이어졌다. 대학 운영주체들이 반민주적 대학 운영에 맞섰다. 이러한 과정에서 몇몇 대학은 부당징계를 남발하거나 대학 당국이 학생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등 학생 탄압도 발생했다. 대학 당국의 비민주성이 더욱 부각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총장간선제와 재정 지원을 연계하는 기존의 방식을 폐기하고, 총장 선출 제도를 각 대학별 자율에 맡긴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학 민주화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은 '구성원 간의 합의'로 요약될 수 있다. 사립대 등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정부의 '불개입'을 선언함으로써 사립대의 재단, 이사회 등의 권한이 강화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또한 정부가 교육 공공성을 내세우고 있으나 눈에 띄는 진전은 없다. 정부는 대학 소유구조의 문제를 제기하지 못함으로써 이사회, 재단 견제나 비리 대학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유보하는 모양새다.

인천대는 2013년 법인화 이전, 총장을 직선제로 선출했던 역사가 있다. 1994년 사학 비리 재단에 맞서 학원 민주화를 통해 사립대학에서 시립대학으로의 이행을 이뤄내며 총장직선제를 도입했다. 투쟁으로 이루어진 결과였지만 법인화의 과정에서 총장직선제의 성과는 사라지게 됐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며 민주적 인천대를 위한 실마리를 찾기도 했다.

총장직선제를 통해 대학 민주화의 큰 진전이 있길 바란다. 신자유주의 물결에 따라 대학의 기업화, 민영화 등 교육의 상품화는 점점 심화되고 있다. 학생은 교육 상품의 구매자가 아닌 '교육받을 권리를 지닌 자'이다. 이제 우리의 의사를 반영해줄 대학이 있어야 하겠다. 대학이 이윤 논리에 따라 몸집을 불리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배제되고 소외되어온 학내 구성원들과 함께 나갈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할 시점이다. 대학 민주화를 통해 구성원들의 권리가 존중돼야 한다. 대학의 '고갱님'이 아닌 민주적 대학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