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음악치료사

일상에서 가끔 한손에 물건을 들고서도 그 물건을 계속 찾거나, 익숙한 장소에 물건을 두고서도 기억을 못 하고 애를 먹은 경험들이 한 두 번은 있다. 흔히 '건망증'이라고 하는 이 증상은 일반적으로는 쉽게 기억이 돌아오기도 하지만, 심해지면 치매의 중요 증상 중에 하나인 기억장애가 되기도 한다. 기억장애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사물이나 사람의 이름을 기억할 수 없거나, 과거의 경험을 생각해내는 일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건망증의 증상이 점점 심해지고 오랫동안 유지된다면 기억장애로도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방관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뇌를 계속 움직여 주고 정서적 안정을 주는 것이 기억장애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음악은 기억력과 집중력, 또 정서적 안정을 줄 수 있는 매개체로서 건망증, 더 나아가서 기억장애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주의력과 집중력 증진을 위해서는 '악기연주 치료법'이 있다. 연속적으로 반복되는 활동에 지속적으로, 특정한 자극에 선택적으로, 여러 자극을 번갈아가며 교대로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는 구조적 악기 연주가 효과적이다. 예를 들면 한 사람이 간단한 리듬이나 멜로디 패턴의 곡을 반복적으로 연주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 연주가 계속되는 중간에 다른 연주자가 같은 곡을 연주하기 시작하고 그를 이어서 또 다른 연주자의 연주가 이어지는 돌림노래 형식을 말한다.

이런 합주는 각자의 연주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으며, 그룹 연주 중간에 특별히 선정된 한명의 연주자가 전혀 다른 곡을 연주함으로써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방해 요소로 그룹 연주를 자극하도록 하는데 물론 그룹 연주자들은 자신들의 연주를 유지해야 한다. 이런 음악 활동은 그룹 연주자들뿐만 아니라 방해 자극을 주는 연주자에게도 고도의 집중력과 주의력을 창출할 수 있다.
기억력 증진과 학습을 위한 음악치료 활동으로는 '노래 부르기'가 있다. 이때 선택되어지는 노래는 각자의 기억 속에 깊이 관여되고 자발적인 회상을 도울 수 있는 익숙한 곡이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10대나 20대였을 때의 곡들이 선택되는데, 학창시절에 자주 듣던 노래들은 전주만 들어도 바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들은 노래를 듣던 당시의 잊고 있었던 기억과 사람들이 떠오른다고도 하고, 때로는 냄새까지도 맡아진다고도 한다.

이처럼 익숙했던 노래를 통해 기억을 소환시키고, 소환된 기억들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현재의 상황을 인지시키는 음악치료 방법은 대부분의 기억장애 증상(알츠하이머, 치매)을 겪는 환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쓰인다. 또 다른 치료 방법으로는 '리듬 기억법'을 통한 기억과 학습 능력 증진이다. 어려운 공식이나 역사적 인물들을 외울 때 리듬을 붙여서 외웠던 기억이 있다. 예를 들면 '태종태세문단세…'를 리듬과 음절에 맞게 반복하면서 27명의 왕 이름들을 외우던 방법이다. 사실 지금도 왕의 이름이 생각 안 날 때 이 방법을 이용한다. 이같이 리듬 기억법으로 습득된 기억들은 리듬과 음절을 통해서 학습되며 쉽게 기억을 소환할 수 있는 치료방법이다.
기억장애를 예방하는 데는 정서적 안정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음악 자체가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지만, 음악을 선택하는 데에는 역시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노래나 장르를 취하는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
단기 기억은 뇌의 변연계에 속한 신경의 활성화에 좌우된다. 정상적으로는 자연적 활성화가 되지만, 기억에 장애를 갖게 되면 신경 활성화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신경의 활성화는 감정적 기억과 관련하여 잔존 기억에 접근하게 되고 음악은 더 감정적 자극으로 단기기억을 도울 수 있다. 이러한 감정적 자극은 학습을 향상시키고 강한 연상 학습에 기반을 두어 음악이 아닌 자전적 기억에 접근하고 조건 자극으로 기억 기능의 복원을 돕는 것이다.
기억장애를 예방하는 다양한 방법 중에 음악치료는 접근성이 용이하고 효과적이다. 기억장애의 원인을 인지하고 거기에 맞는 음악치료법을 적용한다면 보다 즐겁게 삶의 질을 높이면서도 효율적으로 기억장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