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디귿 김두연 대표] 한글 이름 통해 다시 돌아올 날 기다려요
[사회적기업 디귿 김두연 대표] 한글 이름 통해 다시 돌아올 날 기다려요
  • 정재석
  • 승인 2019.02.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입양아 손에 수제도장 쥐어주는 나눔 실천
미혼모 재활 돕고 사무실엔 놀이방 만들어
▲ 사회적기업 디귿 김두연 대표.
"아가야! 잠시 소풍 갔다 와."

김두연(44) 사회적기업 ㈜디귿 대표는 5년 전 인사동 전시회에서 '가슴을 쿵 치는 느낌'을 준 한 갤러리의 손 편지를 잊지 못한다. 그는 바닥에 노트북을 설치해 세계지도를 표현했고, 세계 곳곳에 1000명의 입양아 이름을 새겨 넣은 수제도장을 올려 둔 퍼포먼스를 했다. 그는 입양아 한 명 한 명 손에 도장을 쥐어주는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해외로 입양되는 아이들이 훗날 자신의 정체성을 잊지 말아달라는 바람에서 재능기부를 하게 됐다"며 명료하게 의미를 설명했다.

2012년 시작한 김 대표의 도장 선물은 홀트아동복지회와 함께 이어가고 있다. 어린 미혼모들이 아이를 먼 타국으로 보내기 전 손수 만든 도장을 아이 손에 쥐어주게 하는 나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현실적 아픔으로 해외로 입양되지만 아이들이 도장의 새겨진 한글 이름을 뿌리로 간직해 다시 돌아오는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바랐다. 때로는 회사 경영이 힘든 적도 있지만 활동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나아가 미혼모를 직접 채용하면서 재활도 도왔다. 김 대표는 "어린 친구가 일을 할 때에는 저와 직원들 모두 아이를 돌보며 행복하게 지냈다"며 "아이를 위해 사무실에 놀이방을 만들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김 대표의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과 재능 기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입양아동 외에도 실업청년, 경력단절여성, 다문화가족, 보호관찰소 입소자, 치매어르신 등 다양한 이웃에 재능 기부를 아끼지 않는다. ㈜디귿의 직원 6명 중 절반인 3명이 취약계층인 것을 보더라도 그의 애착을 알 수 있다.

사실 김 대표는 '캘리그라피'로 이미 잘 알려진 유명인사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 썰매에 새겨진 '대한민국'이란 역동적인 한글 디자인이 그의 작품이다. 올림픽 내내 그의 글씨는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민선7기 하남시의 새로운 슬로건 '빛나는 하남' 글씨도 그의 것으로 다양한 곳에서 쉽게 그의 작품을 접할 수 있다.

그는 "저는 글씨가 가진 힘이 크다고 믿어요. '대한민국'을 쓸 때도 우리 봅슬레이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마음을 다해서 썼어요. '빛나는 하남'도 새로 도약하는 하남의 미래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해 썼기 때문에 큰 힘을 발휘할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서예를 전공한 김두연 대표는 대학 졸업 후 한 때 서예학원을 운영을 하다 순수예술 전공자들의 청년 실업을 해소하고자 2011년 사회적기업 활동을 시작했다.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하겠다는 뜻을 기반으로 했다. 회사이름 디귿도 두 팔을 벌리고 있는 모습에서 착안했다.

수원에서 3년 전 하남으로 회사를 옮긴 후 지역사회와 안정적인 연계를 통해 실업청년, 경력단절 여성 등에게 취업의 문을 열어주기 위해 노력중이다. 또 캘리그라피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사람과 '전통문화와 예술을 공유'하는 데에도 열심이다.

김 대표에게 사회적 기업 ㈜디귿의 경영을 묻자, 그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는 "단 하나 뿐인 글씨 작품을 판매해 소득을 올리는 것이 직업"이라 소개했지만, 인터뷰에서 느낀 그의 직업 무게 중심은 나눔과 사랑 실천에 쏠려 있는 듯 했다.

/하남=정재석 기자 fugoo@incheonilbo.com

▲ 인천일보, INCHEONILBO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