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커리로 향하며
단팥빵을 생각했다
할머니를 따라 천천히
내 차를 따라 검은색 차가
그 뒤를 따라 은색 차가
차례로 진입했다
모퉁이 가게엔 줄이 길었다
할머니가 빠져 있는 생각에도 단팥빵이 들었나
할머니가 비켜주지 않아
내 차를 따라 줄이 길어졌다
폭양으로 들끓는 골목이 많았다
양산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볼륨을 높였다
고로케와 카레도 생각했지만
들어갈 수 없다
줄이 길어서
슬슬슬 기어가는 기분으로
단팥빵을 생각하면 더워졌다
하지만 이미 진입했다 경적을 눌러도
할머니는 귀가 어둡다
이런 흐름 속에서 꽃들 만발한
양산이 펼쳐지고
선택지 없는 골목의 짜임새가
한 방향으로 생각의 줄을 길게 끌고 간다
할머니가 길 한복판을 걷는 동안
한껏 부풀어 오를
단팥빵을 생각했다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일방통행로의 좁은 골목에 할머니가 느릿느릿 걸어가고 있다. 귀가 어두운 할머니는 경적소리도 듣지 못하고 길을 비켜주지 않는다. 그런 할머니 뒤를 시인은 천천히 따라간다. 달콤한 단팥빵을 사러 베이커리로 가는 길에 만난 할머니는 강적이다.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 그냥 느린 할머니를 따라 가는 수밖에. 빠르게 지나치던 골목에서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꽃처럼 만발한 양산이 아름답다. 느린 내 차를 따라 길게 늘어선 줄. 길 한복판을 걷는 할머니를 따라 한껏 부풀어 오를 단팥빵을 생각하고 차안에 앉아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평화롭지 아니한가.

/권경아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