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했던 '선경직물공장(1953년)'은 경기도 산업발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건축물이었다. 보존가치가 충분했으나 2017년 도시개발에 묻혀 사라지고 말았다.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간직한 '수려선'의 마지막 남은 사적인 이천지역의 '오천역'도 2013년 시작된 대규모 택지개발공사로 2015년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다.

도내에 소재하는 다수의 근현대 문화유산들이 소리 소문 없이 하나 둘씩 사라져 가고 있다.
2015년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도내 상업시설 등 개화기 이후 보존 또는 활용가치가 높은 근대건조물은 542개에 이른다. 체계적인 조사를 거치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문화재청이 지난 2002년 근대건축물을 보호하기 위해 '등록문화재' 제도를 도입했다.

일단 등록문화재로 지정되면 현 건축물을 보존한 상태에서 일부 개조해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문화재의 멸실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문화재 등록문화재 지정권한이 문화재청으로만 국한되면서 지방에 소재하는 문화재는 여전히 방치상태나 다름없다. '지역성', '활용성'의 측면에서 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판단기준이 다른데다 현행법상 근대건조물에 대한 조사 및 심의는 문화재청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도는 지난 2015년 이후 모두 3차례에 걸쳐 등록문화재 지정권한을 시, 도까지 확대해 달라는 의견서를 문화재청에 보냈다. 그러나 대답은 더뎠다.

문화재청은 무려 4년여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 "도지사가 지역특색에 맞게 근현대 문화유산을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올 12월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만시지탄이다. 현재 도지사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지정문화재(개회기 이전)는 모두 1116개에 달한다. 이 중 문화재청이 지정한 등록문화재는 83개에 그치는 수준이다. 그만큼 시급성을 다툰다. 조금 과하게 말하자면 경기도 전역에서 개발 중이지 않은 지역은 없다. 개발 압력을 피해갈 거라 장담할 수 있는 땅은 더구나 없다. 이 순간에도 어느 지역에서 어떤 문화유산이 사라지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문화유산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 그것은 오직 입법과 시행을 서두르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