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 사회부장

인천 동구가 연일 뜨겁다. 젊은 인구가 빠져나가 고요하기만 하다던 동구가 하루하루 시끄럽다. 여전히 이름도 생소한 연료전지발전소가 들어올 예정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야말로 동네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거리에는 연료전지발전소를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다 아파트 베란다에는 '우리집은 수소연료전지발전소 절대 반대합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들이 늘어서 있다. 주민들이 주민들에게 연료전지발전에 대한 우려를 전하는 대자보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대자보 내용은 수소연료 발전소가 절대 친환경이 아니며 송도·청라 주민 반대로 무산됐던 사업이 우리동네로 오게 됐으니 발전소 공사를 막는데 힘을 모으자는 것이 골자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내걸며 자신들의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연료전지발전 사업은 첫 사업 추진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6월 인천시·동구·한국수력원자력·삼천리·두산건설·인천종합에너지주식회사 등이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허가를 받으며 시작됐다. 지난해 8월 한국수력원자력·삼천리·두산건설 등은 송림동 8의 344 일대에 연료전지를 이용한 40㎿급 발전소를 만들겠다며 인천연료전지㈜라는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했다. 연료전지발전은 수소와 산소를 화학 반응시켜 전기와 열을 생산한다고 한다.

요즘 동구 주민들의 반발은 소통부재에서 비롯된 것이 맞다. 정부나 인천시, 동구, 사업자 등이 그동안 모두 소홀히 했다. 주민들이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게 되면서 반발이 거세졌고 허인환 동구청장은 건립사업에 대한 모든 행정절차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민 이해 없는 사업추진은 어렵다는 것이다. 또 관련 TF팀까지 꾸리고 대응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인천시마저 최근 소통 부재를 인정하며 정부차원의 주민설명회를 요청했다. 이후 연료전지발전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들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소통부재에 모두가 동의하고 있지만 현재 진정한 소통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인천연료전지 측의 최근 소통 행보는 음흉하게 느껴진다. 소통부재를 인정하면서도 제대로 된 소통은 뒷전인 분위기다.
인천연료전지 측은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지자 동구지역 대기업 사업장들을 타깃으로 했다. 두산인프라코어 등 대기업 사업장 내에서는 동구 주민들을 겨냥한 듯 업무시간에 연료전지발전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직원 교육프로그램 중 하나라는 이해하기 힘든 입장을 놓고 주민들은 반발했다. 주민들은 두산인프라코어 앞에서 집회를 열며 연료전지 측은 물론이고 동구 주민들이 품어 키운 두산인프라코어 등 지역 대형 사업자들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이후에는 연료전지 측이 기자들을 대상으로 현장견학을 실시했다. 사실 연료전지가 안전하다는 것을 기자들이 말해주기를 기대하지 않았나 싶다. 현장간담회에 참여한 기자들이 쓰는 기사로 소통을 대신하려 한 것이 아닐까. 이런 분위기를 알아챘는지 결국 주민들은 기자 현장간담회를 연 다음날인 지난 14일 예정됐던 사업자 측과의 간담회를 무산시켰다.

이런 인천연료전지 측의 소통방식은 문제가 있다. 주민들 속에서 정면돌파하며 소통하는 방법을 선택한 대신 오히려 주민들을 고립시키는 소통방식을 택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 무리가 아닐까.
또 마치 주민들이 전문적인 지식 없이 반발한다는 것처럼 몰고 가는 것도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일반 시민 중에 연료전지가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여전히 낯선 방식의 발전방식을 놓고 무조건 안전하다고만 한다면 이는 강요일 뿐이다.

동구주민들이 유난하다고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도심 한복판에 발전소가 들어선다고 하면 가만히 앉아 환영할 지역은 단언컨대 없다. 동구를 포함한 인천을 넘어 다른 어느 지역이라도 반발은 당연하다. 부평 삼산동에는 특고압대책위가 구성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책위는 특고압선을 지하에 매설하는 즉 지중화 사업을 두고도 전자파를 측정하고 전문가 토론회를 열며 더 깊이 매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물며 아파트 근처에 발전소를 설치하는 문제를 두고 조용히 받아들이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 아닐까.
원도심이 활기를 띠게 하겠다는 목소리는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되고 있지만 동구 주민들에게는 르네상스가 아닌 발전소가 던져졌다. 아파트값 오를 일은 없고 떨어질 일만 있다는 주민들에게 이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소통 부재를 반성했다면 주민 속에서 진짜 소통해야 한다. 진정한 소통은 그게 고작 시작이다. 이것조차 하지 못한다면 연료전지발전소가 주민들에게는 수소발전이 아닌 수소폭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