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가리는 '가짜'

 

▲ /그림=소헌作 '사람 흉내를 내는 원숭이(爲)는 거짓된(僞) 녀석들'

 

'가짜'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가짜휘발유, 가짜 예술품, 가짜 신분증, 가짜 족보, 짝퉁 고가품, 이미테이션 배우, 허위매물 … 세상에 어쩜 이렇게도 많은 가짜가 판을 치고 있다니. 우리는 지금 짝퉁공화국이라는 부끄러운 이름을 달고 산다. 어떤 사람은 '숨쉬고 있는 것도 가짜'라고 느낄 정도다.

그중에서도 가장 우려되는 것은 '가짜뉴스'다. SNS가 발달하면서 그 속도와 범위는 빨라지고 넓어져서 사회 전반에 걸쳐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로부터 생기는 모든 폐해는 고스란히 짊어져야 할 병(病)이 되어 버렸다.

허위성병(虛僞成病) '가짜가 곧 병이라'는 속담을 4자로 만든 '4자속담'이다. 무엇이나 가짜라는 것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는 뜻이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美人圖가 진짜냐 가짜냐 하는 논쟁이 있었다. "저 그림은 가짜다. 내가 그린 것이 아니다!" 하지만 결국 작가는 자기 그림도 몰라보는 정신 나간 사람이 되어 세상을 떠났다.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망언에 대해 물으니, 당시 주인공인 전두환 前 대통령은 "오늘 처음 들었다"고 한다. 당사자도 모르는 가짜뉴스로 민중의 노여움을 사고 있다.

▲虛 허[비다 / 헛되다 / 공허하다]

1. (언덕 구)는 양손으로 흙(土)을 쌓는 모습이다. 여기에서 변형된 丘(구)는 언덕이나 무덤을 뜻한다.
2. 저만치 있는 것이 호랑이(호)인줄 알았는데, 가보니 빈 언덕(丘구)이더라.
3. 호랑이를 잡기 위해 언덕(丘)을 넘어 찾아갔다. 그렇지만 언덕 너머는 아무것도 없는 텅 빈(虛허) 세상이었다.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僞 위[거짓 / 속이다 / 잘못되다]

1爲(할 위)는 원숭이가 발톱(조)을 쳐들고 할퀴려는 모습을 그린 글자다. 원숭이가 한 번(尸) 두 번(乃) 세 번 할퀴고는 네발로 서있는 모습을 연상하자. 2사람 흉내를 내는 원숭이(爲)는 거짓된(僞위) 녀석들이다. 3다른 사람을 위해(爲) 산다고 속이는(僞위) 경우가 많다.

'가짜가 진짜를 어지럽히다'는 뜻으로 '어목魚目'을 써도 좋다. 물고기 눈은 마치 진주와 비슷하지만 진주가 아닌 것처럼, 허위를 진실로 만들고 현명한 사람을 어리석은 사람으로 혼동하는 것을 비유한다.
허위虛僞는 없는 것을 사실처럼 거짓으로 꾸민 것이니, 가짜뉴스를 '허위보도虛僞報道'라고 바꾸어 쓸 수 있다. 가짜뉴스를 뿌리는 자의 뿌리를 뽑아내야 한다.

언덕 너머 저편에 있는 세상 피안彼岸. 해질 무렵이면 새들은 서쪽 산(岸언덕 안)에 있는 둥지를 찾아 떠난다. 피안은 이승에서 지닌 일체 번뇌에서 해탈하여 열반에 이르는 경지를 뜻하는데, 일상적인 세속으로부터 초월하는 것이기에 그곳은 욕심과 모자람이 없이 공허空虛하다.
피안의 반대는 차안此岸으로서 나고 죽고 하는 고통이 있는 '이 세상'을 말한다. 비움(虛허)은 모든 것을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