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호 언론인

우리사회 갈등에서 '노동'은 늘 앞자리다.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인 노동이사제도도 그렇다. 노동자들은 '노동이사'라 하고 기업은 '근로자이사'라 칭한다. 노동과 근로는 조화롭기 어려워 저마다의 자리에서 제각각이다.
'노동'의 사전적 정의는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한 모든 육체·정신적 노력. 반면, '근로'는 '부지런히 일하는 것'을 일컫는다. 두 낱말 거리는 꽤나 멀다. 그러니 새로운 제도가 들어설 때마다 갈등은 확대된다. 최근 도입이 늘어가는 노동이사제도 그렇다.

노동이사제도는 노동자가 이사회 일원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제도다. 그는 노동자 이익을 대변한다. 자본이 노동자를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건데, 독일이 원조다.
제도가 국내에 선뵌 건 2016년. 등장은 떠들썩했다. KB금융지주 임시주총에서 노조가 국민연금 조력으로 노동이사를 추천했기 때문이다. 결국 부결됐지만 파장은 컸다. 국민연금의 노동이사 지원에 보수언론은 한목소리로 맹비난을 퍼부었다.
서울시는 이듬해 서울연구원에 첫 노동이사를 임명했다. 관련 조례도 만들어서 서울교통공사 등으로 넓히고 있다.

공공부문 중심으로 활기를 띠면서 담론도 풍성해지고 있다. 제도 시행효과와 영향, 발전 방안 등 논의도 활발하다. 이사회에 현장 목소리를 전할 수 있다는 건 일정부분 검증됐다. 노동이사 '개인기' 의존도가 높다는 점, 보수, 정보접근 한계 등은 숙제다.

경기도도 도입 움직임이 활발하다. 경공노총과 경기도청 합의로 머잖아 현실화될 거다. 도는 '모범 되도록', 경공노총은 '노동자를 위한 제도'되게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산 높고 갈 길 멀다. 제도의 순기능에 대한 평가만큼이나 다양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노조 사무장 수준'이란 지적과 '노동가면 쓴 사용자'란 우려 등이 그렇다. 말이야 어떻든 노동계의 소리는 제도에 대한 기대와 함께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바람이 투영됐다고 본다. 그래야 제대로 오래갈 수 있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