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곤 하나로氣경희한의원 원장

'낯선 여자에게서 그의 향기를 느꼈다.' 1990년 중반 만들어진 유명한 남성 화장품 광고 카피다. 향기는 그 사람과 함께했던 추억까지 떠오르게 할 정도로 사람의 기억 속에 오래 각인되는 경우가 많다. 보는 것보다, 들리는 것보다 더 오래도록 강한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때론 얼굴을 찌푸리게 하고 코를 막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 중 입 안에서 좋지 못한 냄새가 난다고 스스로 느끼거나, 타인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구취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구취로 고생하는 분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힘들다. 의사와 환자가 대면할 때도 멀리 앉고, 시선은 바로 보지 못하고 다른 곳을 향한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구취를 못 느끼게 하려던 습관이 몸에 배어있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이 무의식적이라고 보인다. 항상 대인 관계에 자신감이 결여된다. 구취는 단순히 신체적인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조속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래야만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포괄하여 삶의 질이 좋아질 수 있다.

침은 입안을 청소하고, 입을 촉촉하게 하며, 세균이 만드는 입안의 화학물질을 희석한다. 침 자체가 세균번식을 억제한다. 이러한 침이 수면, 노화, 질병 등에 의해 분비가 감소하면 입안이 건조해지고 세균은 더 오랫동안 입안에 머물게 된다. 이러면 세균이 만든 악취 등이 잘 없어지지 않아 구취가 심해진다. 물론 치석, 풍치, 치주염, 충치 등으로 인한 국소적인 원인으로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 치과적인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에는 기도와 폐질환, 코의 여러 질환, 후두염 등의 원인도 살펴봐야 한다.
한방에서는 이런 구강, 치과질환을 제외한 대부분의 구취는 체내 장부의 불균형으로 본다. 단순히 침 분비가 적어져서 구취가 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왜 침 분비가 적어지고 구취가 생길 수밖에 없는 몸의 상태가 되었는지를 알아야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구취는 우선 위장의 소화 기능이 떨어져 잘 체하고, 스트레스가 많아서 소화장애가 다발하는 분들의 경우에 많이 보인다.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약해진 소화기능을 정상화시켜주는 침, 부항, 한약치료를 하면 호전된다. 또 오장육부가 습하고 열이 많은 체질이나 병이 들어있는 사람에서 구취가 잘 발생한다. 장부의 열이 많이 있으면, 침 분비가 적어지고 입도 마르게 되어 구취를 일으킬 수 있다. 주로 열이 많은 체질인데 술, 담배를 즐겨하고 과식 등으로 식습관이 좋지 않은 경우에 많이 볼 수 있다. 이때는 오장육부 각각에 있는 습기와 열을 없애주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침, 한약 치료 등을 시행하면 탁월한 효과를 낸다.

구취증이 있다면 치아 및 구강내의 문제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만약 이런 국소적 부위의 문제가 없다면 전신적인 장부의 불균형이 없는지 살펴보고 거기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구취는 일시적인 경우에 물을 충분히 마시고 입안, 치아를 청결하게 하는 것으로 해결된다. 그렇지만 단순 생리적인 구취가 아닌 병적인 구취라면, 전전긍긍하지 말고, 빠른 시간 내에 치료 받기를 권한다. 남몰래 고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해 근본적인 치료해 자신감을 회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