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실장

빠삐용(스티브 맥퀸)과 드가(더스틴 호프만)의 작별과 갈등이 대조를 이뤘던 영화 '빠삐욘'(Papillon)의 마지막 장면, 절벽 신(scene)은 잊히지 않는 여운이다. 자유를 향해 네 번째 파도에 나비처럼 몸을 던진 '빠삐용'이 1주일 후 리메이크로 개봉한다. 드가 역에 '보헤미안 랩소디'로 최고 흥행을 달린 라미 말렉이라서 관심은 더 집중된다. 엔딩 장면은 하와이 마우이섬 파에파에모아나 포인트에서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울루와뚜 절벽이라는 주장도 있다.
원작이 개봉된 지 45년만에 빠삐용의 절벽 탈출 백미를 다시 맛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바다와 절벽이 어우러진 장소는 세계 곳곳에 산재한다. 사이판 만세절벽, 괌 사랑의 절벽 등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 사이니지(signage)를 앵글에 담는다. 부산 태종대에 가도 절벽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절벽마을 그리스 산토리니, 이탈리아 포지타노·친퀘테레 등은 여행의 로망이다.

프랑스 도빌은 영화 '남과여'의 촬영장소다. '007 카지노 로얄'의 무대를 장식했던 '카지노 바리에르 드 도빌'로 가는 길에 코끼리 형상 해변 에트르타 절벽이 있다. 노르웨이 넓적한 절벽바위 프레이케스톨렌, 미국 요세미티국립공원의 가파르고 긴 엘 캐피탄 절벽은 압권이다.
그런가하면 고통과 위기의 인구·고용절벽도 현실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했다. 앞으로도 취업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할 추세다. 노동력 확보에 비상이 걸릴 급격한 인구감소는 잠재성장률 둔화를 초래한다. 저출산·고령화의 후폭풍이다. 또 베이비붐 세대들의 본격적인 은퇴에 따라 연금 크레바스에 빠진 소득절벽의 장년들도 다수이다.

무엇보다도 최근 도민준(김수현)이 천송이(전지현)를 구한 송도석산 '천도절벽'이 관심사다. 25년간 해결하지 못한 지역현안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흉물로 방치돼온 송도석산이 주변정리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제 연수구는 '송도석산 힐링공간 조성사업' 주민설명회를 가졌다. 수십년간 정치판의 선거도구로 동원돼 헛구호를 외치고 허송세월만 보냈던 '송도석산 개발'의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그러나 도시재생 사업은 철저히 주민 입장에서 장기간의 안목을 갖고 진행될 사안이다. 인천도시공사가 3년간 토지무상사용허가를 내준 한시적 활용인 만큼 그동안 주민들이 요구했던 공공시설이 들어서고,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송도석산 마스터플랜이 나와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