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환 논설위원

'깡통주택'은 본래 집 값이 떨어져 집의 가치가 빈 깡통처럼 되어버린 주택을 뜻한다. 집을 팔아봐야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보증금도 다 갚지 못하는 경우다. 또 다른 뜻의 '깡통주택'도 있다. 사람이 들어가 살려고 지은 집이 아니라 장차 두둑한 보상만을 노려 짓는 '무늬만의 집'이다. 그러니 애써 공들여 지을 필요가 없다. 껍데기만 집이면 된다. ▶10여년 전 인천에 깡통주택 바람이 불었다. 개발은 충분히 예상되지만 아직 개발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영종도 미개발지구에서다. 개발사업이 착수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일괄적으로 수용해 보상하면 두세배 이상의 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2007년 무렵부터 한적한 시골 마을에 갑자기 공사판들이 벌어졌다. 골조만 올려 놓은 채 사람은 살지 않는 집들이다. 소문이 나고 땅값도 덩달아 뛰기 시작하자 자칫 뒤늦을세라 너도 나도 달려들었다. 불만 보면 뛰어드는 부나방들 모습이었다. ▶곧이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엄습했다. 개발사업은 손을 놓게 되고 은행 이자는 뛰기 시작했다. 은행에 돈을 빌려 깡통주택을 지은 사람들에게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당시 영종도 깡통주택들을 다 보상해 주려면 2조7000억원이 소요된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 깡통주택들이 지금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 ▶최근 경기도 화성에서도 깡통주택들이 출현했다는 소식이다. 수원 공군비행장 예비이전후보지로 지목된 우정읍 화옹지구 일대에서다. 사진을 보니 겨울 들판에 참 가지런히도 집들이 지어져 있다. 마치 성냥갑이나 레고 조립품들처럼 반듯반듯하다. 비행장이 이전하게 되면 소음피해 영향권 내 토지와 건축물은 국방부와 수원시가 사들인다는 방침때문이다. 그렇다면 가만 있느니 보다 집을 지어 놓으면 보상가가 더 커질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현지에서는 '벌집'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방 1개, 화장실 1개 정도를 앉힌 조립식 패널의 가건물 수준이다. 분양도 잘 된다고 한다. 멀리 대구에서도 집을 보러 온다는 것이다. 당초 수원 군공항 이전에 따른 소음피해 보상액 등의 예산은 7조원 정도로 책정된 모양이다. 이제 그 정도로는 안되게 됐다. ▶이같은 '깡통주택'의 뒤에는 '눈먼 돈'에 대한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 이른바 '눈먼 돈은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라는 그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점심이 없듯이 '눈먼 돈'은 결코 없다. 깡통주택들이 챙겨가는 눈먼 돈은 우리 주머니에서 나가는 세금이거나 개발사업의 실수요자들이 부담하게 된다. 국민 모두가 세금 빼먹기에 골몰한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