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 미산동이 주민들의 마을가꾸기 사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미산동(米山洞)은 마을 앞 너른들인 '호조벌'에서 쌀이 많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과거에는 100여세대가 웅기종기 모여 살며 쌀 농사를 짓던 제법 번성한 마을이었다.
 
하지만 80년대 후반부터 동네가 쇠락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마을 주변에 공장이 들어서고 주거공간과 공장시설의 혼재·부족한 기반시설·노후화 등 주거환경이 악화되고 원주민들이 하나 둘 떠나면서부터다.
 
이처럼 쇠락해 가는 마을에 문제의식을 느낀 주민들이 최근 나고 자란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마을 살리기에 나서 미산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해 12월 13일 미산동 주민 41명과 도시재생 전문가 3명, 시흥 청년 10명은 '미산동 마을변화 정책플러스'를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 달까지 네 차례에 걸쳐 마을을 직접 돌아보고 보도 없는 도로, 조명 없는 거리 등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부족한 공동체 공간과 편의시설은 주민들이 가장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주민들은 국내외 마을 변화 사례를 공유하며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보행자 안전 확보를 위한 인도 설치, 구 마을회관을 주민 소통 공간으로 조성, 운영하지 않는 공장을 활용한 새로운 거점 공간 조성 등이다.
 
전문가들은 또 마을 브랜드 제고를 강조했다.
 
가구거리와 연계한 공예 체험 및 가구 축제 등을 통해 미산동의 특색을 살리고 인지도를 높이자는 제언이다.
 
주민들은 정책플러스를 통해 도출한 최종안을 시에 전달했고, 시는 관련 부서와 협의를 거쳐 시민의 목소리를 정책에 담을 계획이다.
 
미산동 주민들이 동네 살리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소통 공간 부재에 갈증을 느껴온 시민들은 2017년 12월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수차례 학습모임을 갖고 복합커뮤니티센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해 시가 이를 수용, 온ㄴ 12월쯤 '미산동 어울림센터'가 문을 열 예정이다.
 
이외에도 미산동 주민들은 시흥시와 최초로 경관협정 체결을 통해 각종 적치물과 옥외광고물 등으로 경관이 훼손된 미산동 양우재 거리 500m 구간을 정비하는 경관협정운영위원회를 설립하고 경관 개선에 직접 나선 것이다.
 
양우재 경관협정은 더 나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민과 관이 서로 협력하는 사례로 협정 체결 이후 주민의 자발적인 마을 가꾸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 '제2회 경관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으며 그 노력을 인정받았다.

주민의 자발적 움직임은 물리적 공간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공동체 가치까지 회복하고 있다.
 
지역사회 다양한 주체 간의 소통과 협력은 이웃과 단절된 인간관계를 이어주고 공동체 문제에 대한 주민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낸다.

2019년 겨울방학 대학생아르바이트로 한 달여 간 '미산동 도시재생 활성화' 조사연구에 참여한 강유진 씨는 "마을을 변화시키고자 노력하는 미산동 주민들을 보면서 마을을 살리려면 주민의 힘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시흥=김신섭기자 sskim@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