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진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


2019년은 기해년(己亥年), 황금돼지 해이다. 오행에 따르면 기(己)는 흙(土)을 상징하고 흙에 대응되는 색이 노랑색(黃)이라 황금돼지 해로 지칭한다. 많은 나라에서 돼지를 길한 동물로 여겼다. 우리나라에서도 돼지꿈을 꾸면 재물이 넘치고 먹을 복이 있다고 해서 당첨될 기대를 안고 복권가게로 달려가게 된다. 게다가 예전부터 돼지저금통이 인기이다. 꽉 차면 돼지저금통을 잡았으며, 풍요를 기원하는 신성하고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 농어촌에서 풍년과 풍어를 기원하는 제사를 올릴 때 돼지머리를 꼭 상에 올렸다.
또한 돼지는 고기부터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는 가축이다. 국민안주인 삼겹살에서부터 족발, 내장도 버리지 못해 순대를 만든다. 유럽은 가을에 돼지를 잡아 겨울을 났는데 소시지, 햄, 베이컨을 만들어 저장하는 것이 우리네 김장김치 담그는 일처럼 연례행사였다.

돼지고기의 안 좋은 부분으로 떠올리는 지방도 예전에는 귀한 음식이었다. 돼지지방을 정제해서 돼지기름 라드를 만들었는데 추운 지방에서 열량을 제공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근래 한 방송은 '건강하려면 좋은 지방인 돼지비계를 먹어라'고 했다. 이 방송에 따르면 동물성 지방 중 포화지방이 제일 적은 것이 돼지비계라 했으니 이왕 고기를 먹을라치면 돼지고기가 제일 낫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돼지를 기르는 양돈농가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돼지고기가 많이 출하되지만 수입산 돼지고기 소비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돼지고기 수입물량은 2017년 36만9000t에 비해 무려 25.7% 증가한 46만4000t에 달했다. 국제가격 하락과 햄, 캔 등 가공품 수요가 증가하고, 최근 몇 년간 붐을 일으키고 있는 '이베리코 열풍'도 원인이다.
이베리코는 이베리아 반도에서 생산되는 스페인의 흑돼지 품종을 일컫는다. 송로버섯(트러플), 거위 간(푸아그라), 철갑상어 알(캐비아)과 함께 세계 4대 진미에 든다. 이런 귀한 식재료가 우리나라 식당에서는 광범위하게 소비된다. 이베리코 돼지가 진미로 꼽히는 이유는 가을철 숲에서 도토리를 맘껏 먹게 하고 도축했기 때문이다. 일반 돼지와 동일하게 사료로 키운 이베리코 돼지고기는 이름은 명품일지 몰라도 맛은 떨어지는 형편이다. 이베리코라는 이름에 너무 집착했는지는 몰라도, 그러다 보니 시중에서 판매되는 이베리코 흑돼지 제품 중 10%가 가짜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수입 돼지고기를 먹기보다 국내산 돼지고기를 먹는 게 속이 편할 수도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수입 돼지고기의 94.9%가 냉동으로 수입된다. 냉동제품의 활용도 확대돼야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 신선한 국내산 돼지고기에 관심을 두는 것도 효과적인 돼지고기 소비 패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곧 봄이다. 겨울 초미세먼지도 견디기 힘들었는데 황사도 견뎌야 할 판국이다. 이럴 때 잘 요리한 국내산 돼지고기 한 점으로 초미세먼지와 황사를 몸 속에서 씻어냈으면 한다. 돼지고기 지방은 녹는점이 사람의 체온보다 낮아 체내 중금속을 흡착해서 몸 밖으로 배출하는 효과도 있고, 양돈농가의 웃음도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