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보도블록을 걷어치우고 바꾸는 예산낭비사례는 그동안 여러차례 지적된 문제다. 그런데도 여전히 도심 곳곳에서 잦은 보도블록 교체공사가 이어져 시민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걷어내는 보도블록을 보면 거의 멀쩡한 것들이어서 바꾸는 까닭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96년부터 올해까지 3년동안 각 구·군이 벌인 보도블록·도로경계석 교체공사는 모두 134건으로 무려 77억9천4백만원의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군별로는 서구가 22억4천9백만원으로 가장 많고 연수구 12억1천5백만원, 부평구 11억1천4백만원 순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는 새로 깔은지 2~3년밖에 되지 않은 멀쩡한 것도 많아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며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더욱이 바꾸지 않아도 될 보도블록을 걷어내고 이를 폐기처분하는데도 상당한 비용이 또 들기 때문에 이중 삼중의 예산을 낭비하는 것이다.

 기초자치단체들이 이렇듯 경쟁적으로 쓸만한 보도블록과 도로경계석을 뜯어내고 교체하는 이유는 거의 수의계약으로 업체를 선정, 공사를 맡기기 때문에 업체와의 유착관계 때문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불요불급한 예산을 책정해놓고 미루다가 연내에 집행하지 않으면 불용처리되기 때문에 연말이면 서둘러 공사를 벌인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민선단체장들이 자신의 치적 홍보나 선심행정으로 예산을 부당하게 집행하는 등 예산남용 사례가 적지않게 지적되고 있다. 일부 자치단체는 방만한 예산운용으로 재정난이 악화되고 예산이 바닥나 공무원들의 인건비조차 지급하지 못하는 등 파산위기에 몰려있는 실정이다. 인천시 10개 자치구 가운데도 절반이 자체 지방세입으로는 공무원 급여도 해결못할 정도로 재정이 열악하다. 물론 경기침체로 세수에 구멍이 뚫린 것도 한 원인이나 민선단체장의 무책임하고 방만한 경영에도 그 책임이 크다.

 IMF체제에서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메고 절약과 내핍생활을 하고 있는 매다. 자치단체들이 예산을 합리적으로 운용, 결코 혈세를 낭비하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