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능 무인기기 설치·영업시간 조정 등 … 인천 36여곳 운영
인천 부평에 사는 직장인 이주희(28)씨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은행에 들렀지만 창구 대기자만 20명이 넘자 고기능 무인 자동화기기로 발걸음을 돌렸다. 해당 기기는 단순 입출금 외에도 카드 발급과 인터넷·모바일뱅킹 가입, 예·적금 가입 등 대부분의 창구 업무를 수행해 대기시간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남동구에서 학원 강사 일을 하는 미국 국적의 조지(26)씨는 평일 빡빡한 업무 일정과 본국과의 시차로 처리 못한 은행 업무를 주말에 해결했다. 동네에 일요일에도 영업하는 점포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들 점포는 평일엔 일반은행 업무를 수행하지만 일요일엔 외국인만을 상대로 해외 송금·환전 등 업무를 처리해준다.

계양·연수구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영업하는 은행도 있다. 인근에 대형마트와 오피스 건물이 많아 오후 유동인구가 몰리는 특성을 고려해 문 여닫는 시간을 기존에서 1시간씩 미뤘다.

인천을 포함한 전국에서 은행 영업시간과 형태를 유연하게 조정한 '탄력점포'가 늘어나고 있다.

13일 은행연합회에서 받은 전국 탄력점포 현황 자료를 보면, 2016년 596개·2017년 673개·지난해 720개로 증가 추세였다. 특히 고기능 무인기기 점포의 경우 2016년 39개에서 지난해 123개로 3배 늘었다.

인천에서는 이날 기준 36개 탄력점포가 운영 중이다. 산업단지가 위치해 외국인이 많은 남동구에는 외국인근로자 특화점포 2곳이 들어섰고, 타 지역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많은 송도·계양구엔 영업시간을 1시간 늦춘 점포 2곳이 운영 중이다. 인천국제공항에는 오후 10~11시까지 환전해주는 환전센터 5곳, 미추홀구·남동구·중구·부평구에는 고기능 무인기기를 설치한 점포 8곳, 관공서 내 위치해 영업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인 점포가 19곳 있다.

은행마다 탄력점포를 늘리는 목적은 고객 편의와 직원의 워라밸(일과 여가의 균형)을 높이는 데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국에 영업시간을 조정한 탄력점포를 47개 운영하는 국민은행 관계자는 "오피스 밀집 지역은 퇴근하면 은행 문이 닫혀 점심시간에만 업무를 볼 수 있는 고객이 많아, 편의성을 높인다는 목적"이라며 "직원 입장에서도 아침에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거나 자기 개발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금융 거래의 보편화로 이용 고객이 적은 점포는 줄이되, 지역별 특성·수요에 맞게 지점 운영 시간과 기능을 다양화한다는 차원이기도 하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전국 단위로 탄력점포 수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며 "몇몇 요인만으로 이유를 단정할 순 없겠으나, 온라인 금융 거래가 늘면서 은행 점포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고객이 다양해진데다 근로시간 단축·탄력근무제가 확대되는 등 일련의 사회변화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린 기자 yerinwriter@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