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만에 족적·배설물 흔적 발견
환경단체 "정주보다 잠시 머문 의미"

수원 황구지천부터 안성천에 이르는 안성천 수계에서 멸종위기종인 수달의 흔적이 발견됐다.

시민환경단체 연합인 경기남부하천유역네트워크는 지난달 14~30일 지역별로 조사한 결과 경기남부지역내 황구지천과 오산천, 진위천, 안성천 등지에서 수달의 족적과 배설물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수달의 흔적을 발견한 곳은 황구지천은 1곳, 오산천은 2곳, 진위천은 날짜 별로 1~3곳, 안성천은 4곳 등이다.

네트워크 관계자는 "지난해 오산환경운동연합이 오산천에서 수달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보고함에 따라 이번에 4개 하천에서 동시 추적 조사에 나섰다"며 "그 동안 수달이 없다고 여겨졌던 곳에서 흔적이 나와 이들이 정주하는 개체인지, 이동 중 흔적을 남긴 것인지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족제비과 포유류인 수달은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국제보호종이다.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의 멸종위기 적색목록에도 올려져 있다.

수달은 스스로 땅을 파거나 보금자리를 마련하지 않고 물가의 나무뿌리나 바위틈의 은폐된 공간을 이용해 살고, 넓은 반경 내 여러 보금자리를 불규칙적으로 옮겨 다니는 습성이 있다.

그동안 해당 하천에서 수달은 수십년간 발견되지 않았다.

네트워크 측은 수도권의 경우 하천정비사업과 도시개발사업이 빈번히 이뤄진 탓에 물고기와 새들의 서식지를 없애는 것은 물론 수달의 은신처도 사라진 것이라고 봤다.

네트워크 관계자는 "이번에 발견한 수달의 족적과 배설물은 정주하기보다는 잠시 머물렀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면서도 "도와 해당 지자체는 수달 보전을 위한 대책 마련과 함께 하천의 생태를 파괴하는 공사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존 환경영향평가 등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달의 흔적이 발견된 점을 감안해 도가 선제적으로 하천공사를 할때 법에 정한 기준보다 더 강화한 환경평가를 적용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해당 수역내 하천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곳이 있는데, 거의 막바지 단계다. 또 공사 착공에 앞서 환경영향평가 등을 통해 환경 피해를 최소화했고, 아직 수달이 발견된 것이 아니어서 공사를 중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환경부 등 환경유관기관 등에서 공사 중단을 요청하면 중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