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수 서울대 예술과학센터 선임연구원

올해는 3·1 만세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다. 100주년을 기념하여 학술연구, 공연, 전시 등 다양한 사업이 곳곳에서 준비되고 또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 이런 일련의 행사가 의례적으로 치르는 의식이나 행사에 그쳤던 게 아닌가하고 반성을 하게 되는 일이 있었다.
필자는 일제 강점기 기간 동안 예술분야에서 행해졌던 친일 행위를 다룬 특집 방송을 보다가 커다란 충격에 빠졌다. 애창가곡 '선구자'(김해영 작사, 조두남 작곡)가 북간도 용정을 배경으로 독립운동가의 활약을 그린 노랫말은 해방 이후 만들어진 것이고, 원곡은 '용정의 노래'로 용정에 사는 한 처녀가 말 탄 일본군 장교를 그리워하고 사모하는 가사라는 것이다. 또 현제명이 작사, 작곡한 '희망의 나라로'는 만주사변이 일어난 1931년에 작곡되었는데, 섬나라 일본이 대륙을 넘보고 침략하자는 내용이고, 애국가도 불가리아의 유명한 민요와 앞부분이 유사하여 표절에 대한 논란이 된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애국가의 원곡인 한국환상곡은 일본이 만주에 세운 괴뢰정부 수립 10주년을 기념하여 작곡한 만주 환상곡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새해가 되면 새로운 희망과 소망을 다지기 위해 불렀던 그 곡, 학창시절 최루탄 가스를 마시고 데모한 날 뒤풀이 가서 친구들과 어깨동무하고 가슴 뭉클해하며 마지막에 불렀던 '선구자'가 이런 의미였다고 생각하니 지난날이 참 부끄러워졌다.

▲홀로코스트 기념관에서 배우자
홀로코스트 기념관의 정식 명칭은 히브리어로 '야드 바셈(Yad Vashem)'이다. '이름을 기억하다'는 뜻이다. 이곳의 특징은 다른 기념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조그만 도서관이 있다는 점인데, 이 도서관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수용소에서사망한 320만 유대인의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사망 날짜 및 생전 사진, 일기, 편지, 가족과 친척의 이름, 수용소로 끌려갈 때 탑승했던 열차의 번호와 수용소에서 지급받은 수인번호 등이 모두 보관되어 있다. 이스라엘 정부가 건국 10년째인 1955년부터 전 세계에서 수집한 자료들을 한데 모아놓은 것이다.
이 자료들은 야드 바셈의 인터넷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열람할 수 있다. 이 홈페이지를 구축하는데 이스라엘 정부는 무려 1700만 달러를 투자했는데, 이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기념관 직원들은 수십 년에 걸쳐 유가족과 생전의 친구들, 함께 살던 이웃까지 수소문했다고 한다.
홀로코스트 기념관은 지금도 세계 각국의 정상과 교황, 유엔 사무총장 등 세계 주요 인사들이 빠짐없이 순례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군인은 사병의 경우 1년에 1회 이상 추모관을 방문하는 게 훈련 과정에 포함돼 있다고 한다. 한 해 약 100만명이 넘는 방문객을 안내하기 위해 수백명의 자원봉사자와 큐레이터가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독립 기념관과 서대문 역사박물관을 견주어 보며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솔로몬 작전
솔로몬 작전은 이스라엘이 1991년에 에티오피아에 거주하는 에티오피아계 유대인들을 이스라엘로 수송한 작전이다. 보잉 747 여객기와 이스라엘 공군 수송기 C-130 허클리스 34대가 1만4000명의 에티오피아 유대인들을 36시간 동안에 걸쳐 이스라엘로 탈출시킨 작전을 이른다. 2000년 이상 다른 문명세계에서 살았지만 유대교의 전통을 따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내전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동족을 구해내는 작전을 수행한 것이다. 이들을 위한 출군의 대가로 우리 돈으로 380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역사란 끊임없이 입증하고 알리지 않으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이라고 한다. 일제 강점기 조국을 떠나 만주와 사할린 등지에서 흩어져 독립운동을 하다가 유명을 달리한 독립 유공자의 후손들은 아직도 해외에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이들을 찾아 기억하고, 후손들에게 살아 숨 쉬는 역사의식을 새겨주는 일이 3·1 만세운동 100주년을 맞는 우리가 해야할 숙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