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좋은 한상에 벌어진 입
쌈 싸먹느라 한번 더 '쩌~억'
▲ '소쿠리보쌈'으로 유명한 '수밀원'은 넓은 주차장에 아치형 다리와 돌계단을 넘어 가는 운치도 맛볼 수 있다.
▲ '소쿠리보쌈'으로 유명한 '수밀원'은 넓은 주차장에 아치형 다리와 돌계단을 넘어 가는 운치도 맛볼 수 있다.

 

"소쿠리보쌈은 어릴 때 시골에서 논일이나 밭일을 하는 분들을 위해 새참으로 가마솥에 삶은 돼지고기나 국수, 김치, 반찬 등을 광주리에 담아서 머리에 이거나 들고 날랐던 모습이 떠올라 사용하게 됐어요."

인천 연수구 옥련동 옛 송도유원지 로터리 부근의 소쿠리보쌈과 아롱사태만두전골로 잘 알려진 음식점 '수밀원'의 이종범 대표는 "소쿠리에 보쌈고기와 보쌈김치, 각종 나물, 쌈 등을 담아 내가니 직원들은 한번에 나를 수 있어서 좋다고 하고 손님들도 푸짐하고 정겨운 느낌을 받는다고 좋아하세요"라며 넉넉한 웃음을 짓는다.

이 대표는 서울에서 칼국수와 만두 전문점을 했는데 칼국수의 경우 평일에는 하루에 400~500그릇, 주말과 휴일에는 1000그릇씩 팔릴 정도로 유명했다. 10년전 서울의 칼국수 집을 접고 돼지갈비 집이었던 이곳에서 보쌈으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 집 보쌈은 할머니에게 배운 방법 그대로 삶고 있어요. 생삼겹살과 함께 마늘, 대파, 생강, 된장, 통후추만 넣고 압력솥에 1시간가량 삶는데 한약재나 다른 첨가물을 넣는 다른 집과 달리 전통의 맛을 살리기 때문에 맛에 대해서는 자신있어요."

이 집은 보쌈과 함께 주꾸미 볶음이 나온다. 삼겹살을 삶아서 기름을 빼지만 느끼한 맛이 남는데 칼칼한 주꾸미를 쌈에 싸서 먹으면 매콤한 맛을 볼 수 있다.

"개업 초기에는 동태전이나 버섯전, 야채전을 함께 올렸는데 주메뉴 보쌈에 보조 메뉴는 손님들의 맛에 대한 취향의 변화에 따라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고 있어요."

아롱사태만두전골도 이 대표가 어릴 때 먹었던 기억을 떠올려 개발해낸 이 집만의 특별 메뉴다.
"어렸을 때 먹은 건 만두를 많이 넣고 큼직하게 썰은 사태고기를 두세점 정도 넣어 끓인 전골이었는데 손님 상에 올리려다보니 음식 비주얼도 보기 좋게 하기 위해 아롱사태를 얇게 썰어 얹으니까 아이들이나 어르신들도 먹기에 좋다고 하세요."

'수밀원'이란 가게 이름에 대해 많은 손님들이 궁금해 하는데 이 대표는 "특별한 뜻을 생각하고 지은 건 아니고 부르기 좋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일 뿐"이라고 말했다.

요즘같이 추운날이나 비나 눈이 오는 날에 단골로 오시던 손님들이 배달이 되냐는 문의가 많아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는 연수구에 한해 가게에서 먹는 것과 똑같이 포장해서 바로 데워먹을 수 있게 배달도 하고 있다. 130석 규모의 크고 작은 룸으로 구성돼 있으며 좌식은 물론 테이블도 있어 편안하게 가족모임이나 회식이 가능하다. 모두 40대를 주차할 수 있는 넓은 주차장도 이 집의 장점이다. 032-851-8889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기름 쏙 빼고 느끼함 확 잡은 '그 집'의 추천메뉴]

▲ 소쿠리보쌈
▲ 소쿠리보쌈

 

●소쿠리보쌈
'수밀원'의 대표 음식. 생삽겹살을 압력솥에 삶아 육질이 훨씬 쫄깃하다. 쇠그릇에 부추를 깔고 나오는 다른 집과 달리 자기그릇에 담아 촛불로 천천히 데우기 때문에 고기를 다 먹을 때까지 한결같은 고기맛을 느낄 수 있다. 소쿠리에는 보쌈과 주꾸미와 함께 담겨 있는 울릉도산 명이나물, 톳나물과 비슷한 꼬시래기 나물, 궁채 나물 등은 이 집이 자랑하는 구성이다. 상추나 깻잎에 새우젓을 살짝 찍은 고기를 싸서 먹기도 하고 주꾸미와 함께 궁채, 꼬시래기를 얹어 먹어도 그만이고 명이나물에 싸서 먹어도 별미다. 서비스로 나오는 칼국수는 직접 반죽하고 면을 뽑아 만드는 이 집만의 명물이다.

▲ 아롱사태만두전골
▲ 아롱사태만두전골

 

●아롱사태만두전골
아롱사태는 사태라 불리는 소 뒷다리에 있는 고구마처럼 생긴 부위다. 아롱아롱한 덩어리로 보여 먹음직스럽고 육향이 진하고 육즙이 풍부하지만 소 한 마리당 1㎏정도밖에 없을 만큼 희소성이 높아 '아롱사태를 먹으면 소 한 마리를 먹는 것과 같다'는 말도 있다. 이 집에서는 아롱사태를 삶은 육수를 기본으로 전골냄비 바닥에 당면과 배추를 여러장 깔은 뒤 느타리, 팽이, 새송이 등 버섯류와 미나리, 호박, 당근, 대파를 함께 넣어 끓이기 때문에 구수하면서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전골육수 잔뜩 머금은 야채들을 아롱사태 고기로 감싸서 양념장에 찍어먹으면 그만이다. 한소끔 끓어 채소의 숨이 죽으면 만두를 넣어 한번 더 끓이면 촉촉한 만두맛을 느낄 수 있다. 이 집의 김치만두는 만두피와 만두소를 직접 만들기 때문에 만두 전문점 못지않다.

▲ 보쌈김치
▲ 보쌈김치

 

●보쌈김치
이 집을 찾는 손님들이 모두 인정하는 자랑거리는 '보쌈김치'다. 배춧잎에 배, 사과 등 과실류와 생굴 등 해산물, 각종 야채 등 여러 가지 고명을 넣고 양념장에 버무려 보자기처럼 싸서 익힌 김치로 수육과는 천생연분이다. 부재료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호화로운 김치로 옛날 수라상에 올랐다는 개성보쌈김치가 유명하다. 배춧잎의 아삭함과 곁들여서 나오는 무채의 꼬들꼬들한 씹는 맛이 야들야들하게 삶아진 돼지고기와 어우러져 보쌈의 진정한 풍미를 높여준다.
 

▲ 권익재 전통민속연보존회 대표가 솔개 모양의 예술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권익재 전통민속연보존회 대표가 솔개 모양의 예술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익재 전통민속연보존회 대표가 찾은 '수밀원']

"연날리기는 예로부터 설부터 정월대보름까지 많은 사람들이 즐겨했지요. 입춘은 지났고 우수, 경칩이 뒤따라 오면서 농사일을 준비해야 하는 대보름이 되면 날리던 연에 이름, 생년월일 등을 적어 그해의 액운을 불태워 멀리 날려 보내고 복을 맞이하는 '송액영복(送厄迎福)'을 빌며 연날리기는 마무리를 했지요."

권익재 전통민속연보존회 대표가 인천 연수구 옥련동에 있는 소쿠리보쌈과 아롱사태만두전골 전문 음식점 '수밀원'을 찾았다.

송현동에서 태어나 서림초등학교를 다니던 어린시절부터 손재주가 남다르고 연싸움에 뛰어났던 권 대표는 당시 바람이 많고 지대가 높아 연날리기의 명당이던 수도국산을 무대로 동네 형들은 물론 인천전역에서 몰려든 연싸움꾼들을 상대해도 연전연승하던 강자였다.

"그렇게 학창시절을 보내고 대우전자에 입사해 직장생활을 하던 중 우연히 TV에서 연날리기 명인이라는 사람이 나온 걸 보게 됐는데 첫번째 스승인 해운 성용부 선생이었어요. 부천에 살고 계신 선생님을 어렵게 찾아가 제자로 삼아달라고 사정사정해서 연싸움과 연만들기의 기법을 제대로 배우게 됐죠."

연싸움의 절대강자였던 권 대표가 예술연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은 두번째 스승인 변하일 선생을 만나면서였다.

"첫 눈에 봐도 변 선생님의 연은 특이했어요. 새의 모습이나 열차모양은 물론, 금산 인삼축제에서는 인삼모양, 함평 나비축제에는 나비모양으로 만든 수십개의 연을 하나의 연줄로 이어 하늘에 날리는 모습은 장관이지요. 그 뒤로 '연 예술가'가 되겠다는 다짐을 하고 변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게 됐죠."

예술연에 집중한 뒤 권 대표는 100여차례가 넘는 각종 국내대회와 수많은 국제대회에서 뛰어난 창작연 작가로 인정을 받게 됐다.

"2013년에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열린 '세계연날리기대회'에 한국대표로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어요. 조선시대 탈을 모두 다르게 수십개의 연으로 만들어 띄우니 심사위원들이나 참가자들이 감탄을 하더라고요. 프랑스 파리, 일본, 베트남 등 세계대회에 10여차례 다녀왔어요."

권 대표가 지금도 지방공연에 초청만 받으면 마다않고 달려가는 이유는 우리 전통연의 우수성에 대한 자부심과 이를 알리려는 마음 때문이다.

"대부분의 나라에 고유의 연이 있는데 모두 가오리연의 모양이지요. 연 가운데 구멍이 뚫린 방패연은 우리나라가 유일하죠. 세계대회에 나가면 외국인들이 방패연이 날겠냐고 의아하게 바라보곤 하죠. 또 얼레를 쓰는 것도 우리뿐이에요. 다른 나라에서는 원통형 막대기에 줄을 감아 쓰고 있어서 우리처럼 자유자재로 연을 다루지 못해요. 하지만 방패연을 띄워 얼레질로 좌우 수평이동과 방향전환, 수직 상승과 강하하는 모습이나 얼레질을 멈춰 머리를 치켜드는 연날리는 솜씨에 모두 신기한 듯이 바라보곤 하죠."

청학도서관에서 관리직으로 근무하는 권 대표는 청릉마을에 있는 자신의 공방에서 후진을 양성하며 각종 행사에 연을 날리고, 강연이나 전시를 통해 전통연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흔히 연날리기는 어린이들의 놀이로 알려져 있는데 고대부터 연은 중요한 전술무기였어요. 김유신 장군과 최영 장군은 연을 이용한 화공술로 전투에서 승리를 이끌었고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전술비연(戰術飛鳶)'인 '당가리연'은 반달모양의 문양을 그려넣고 오방색으로 채색했는데 넓은 지역에 흩어져 있는 병사들에게 빨간색 연은 남쪽, 파란색은 동쪽, 하얀색은 서쪽, 검은색은 북쪽, 노랑색은 중앙을 공격하라는 신호였어요. 2009년 송도 세계도시축전행사 때 제가 고증과 연구를 통해 재현해내 비상한 관심을 받았지요. 우수한 우리 연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꾸준히 연을 만들고 날리며 남은 인생을 바칠 거예요."

/글·사진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