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처음으로 규제 샌드박스 사업을 승인했다. 정부는 11일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열고 4개 기업이 신청한 규제 샌드박스 사업을 통과시켰다. 이 중에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자리잡고 있는 유전자 검사 업체인 ㈜마크로젠의 유전자 검사 항목 확대도 포함됐다.
규제 샌드박스는 현행법에서는 규제 때문에 추진이 불가능한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기존 규제를 일정 기간 면제하는 제도로 문재인 정부 규제혁신 정책의 핵심이다. 문 대통령은 관계부처 장관들에게 규제 샌드박스와 관련 "생명과 안전, 건강에 위해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승인하는 것을 전제로 운영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할 정도로 강한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번 ㈜마크로젠의 규제 샌드박스 승인으로 일반인들은 병원을 가지 않아도 이 곳에서 기존 혈당, 혈압 외에 대장암, 파킨슨병 등 추가로 13개 항목의 유전자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서울시내에 수소차 충전소 설치를 위한 용도지역 제한과 건폐율 규제도 풀었다. 버스에 LED(발광다이오드) 등 전광을 활용하는 버스 디지털 광고는 안전성 검증 등의 조건을 달아 활용토록 했다. 전기를 판매할 수 있는 주체가 한전으로 제한된 현행법에서 벗어나 일반 아파트 주차장 등에 설치된 220V 콘센트에서 전기차를 충전할 때 사용하는 '앱 기반 과금형 콘센트'의 임시허가 신청도 승인됐다.
이번 규제 샌드박스 승인은 의미가 크다. 일반 국민들은 실생활에서 혁신과 편리함을 느끼고 기업에게는 투자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기업은 규제 샌드박스에 거는 기대가 크다. 어렵게 개발한 신제품이나 기술서비스를 검증조차 받지 못하거나 시장에 선보이지도 못하고 사장되는 일을 피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규제 샌드박스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심의 과정부터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기존 틀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열린 생각으로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기업에 투자 동기를 부여하고 산업현장의 혁신을 불러오는 새로운 계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