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남북 화해무드에 맞추어 한강하구에 대한 각종 계획들이 쏟아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한강하구에 대한 공동조사를 끝냈다. 선박항해에 필수적인 해도 제작을 완료하고, 이를 북측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남북공동 물길열기 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김포시는 해병2사령부와 협력해 한강하구 철책 제거에 나선다. 철책 제거가 끝나면 포구를 열어 시민들이 출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인천, 고양, 김포 등 인접지역에 있는 황해포럼 등 여러 단체들은 한강하구의 우수한 생태자원을 보호해야 한다며 이 지역을 람사르 습지로 등재하고 자연자원과 서식지 보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러한 한강하구에 대한 다양한 주장은 그동안에도 몇 번에 걸쳐 지속되어 왔다. 가깝게는 2007년도에도 여러 개의 계획들이 난무했다. 당시에는 한강하구와 곧바로 연결되는 강화도, 교동도, 서검도와 석모도를 연결하여 세계 최대의 조력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으로부터 한강하구에 퇴적되어 있는 골재를 준설해 남·북 경제협력에 사용한다는 계획, 한강하구에 뱃길을 만든다는 계획, 한강하구의 특정구간을 인공섬으로 만들어 남·북 교류를 위한 공단을 조성한다는 계획 등이 있었다.

그러나 그 어느 것 하나도 정확한 조사나 분석 아래 제시된 것이 아니었다. 그때도 전문가들은 오랜 기간 동안 생태적으로 보전돼 온 한강하류에 어떠한 계획을 수립하기에 앞서 정확한 조사가 우선이라고 하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힘을 합쳐 정확한 실태 파악을 할 것을 요구했었다. 필자도 2007년 한 칼럼을 통하여 차분히 한강하구 연결부의 흐름 문제, 유사 문제, 수질 문제, 생태계 등에 대한 정확한 특성 파악과 장기간 변화예측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10년이 넘게 방치되어 오다가 또다시 과거와 동일한 형태의 주장들이 반복되고 있다.

짧은 기간 동안 수로측량과 조석관측을 시행한 후, 해도 제작을 완료하고서는 한강하구 조사가 완료되었다는 발표는 더욱 우리를 황당하게 만들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조사결과에 기초한 각종 계획으로 인하여 의견이 갈리고 예산이 낭비된 수많은 사례들을 갖고 있다. 이와 같은 어리석음을 또다시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 지역에 대한 정확한 조사를 다시 한 번 요구한다. 어떤 목적을 갖고 조사를 해서는 안 된다. 오랜 기간 동안 방치되어 왔던 이 지역이 어떻게 변해왔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나라에서 어디까지가 하천이고 어디부터가 바다인지도 모른다면 누가 믿겠는가.

아무 과학적 근거도 없이 한강의 기점이 결정되고 이에 기초한 각종 한강 계획이 수립되고 있다. 하구를 준설하는 순간 그동안 한강에 대한 모든 계획들이 다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다. 그저 뱃길만 만들면 능사가 아니다. 또한, 그저 람사르 습지로 등록만하면 되는 것도 아니다. 여러 관점에서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것인지, 한강의 홍수문제는 어떻게 할지, 우수한 환경을 어떻게 잘 보전할 수 있는지,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적절한 대처방법은 있는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가져야 한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는 마스터플랜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다음 마스터 플랜에 기초한 계획들이 구상되고 추진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한강하구에 대한 정확하고 세밀한 조사는 어느 한 부서만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없다. 수로측량과 조석관측만으로 한강하구 조사가 끝났다는 발표가 또 다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부서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며, 중앙정부의 예산지원 아래 한강하구와 연결된 인천, 강화, 김포, 고양시 등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 전문가들과 지역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 거버넌스 형태의 열린 조직이 필요하다.

조사된 결과는 모두 시민들에게 가감없이 공개되고 각종 계획은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노력은 머뭇거리지 말고 즉시 시작해야 한다. 또 다시 아무 생각없이 10년을 보내고, 졸속 계획을 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은 비난을 받더라도 미래가 인정하는, 또 역사가 인정하는 선구자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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