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실장


자유한국당이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당내 극우 강경파의 파장을 제대로 봉합하지 못한 채 오합지졸(烏合之卒)이 됐다. 국민 정서를 헤아리지 못하는 '망언' 정치의 후폭풍은 당연하다. 이런 까마귀 떼에 지도자가 있을 리 없다. 다리 끝까지 검은 색의 몸체와 음울한 울음소리를 내는 까마귀는 별로 달갑지 않다.
소란스럽게 떼지어 날아오르는 '까마귀가 나는 밀밭'의 어둡고 밝은 화폭 속에서 고흐의 단말마 권총소리를 듣는다. 삶과 죽음의 한 가운데를 나는 까마귀의 날갯짓이 마음을 어지럽힌다. 건망증이 심하면 '먹통' 혹은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라는 핀잔을 듣는다. '까마귀 열 두 소리 하나도 좋지 않다'라는 속담 뒤에는 '까마귀가 검기로 마음도 검겠나'라는 긍정적 표현도 있다. 부정적 이미지 이면의 반전이다.

노인 고독사가 증가하는 추세에서 반포지효(反哺之孝)는 시대의 경종이다. 진(晉)나라 무제 사마염은 곁에 두었던 이밀에게 태자세마라는 높은 관직을 내렸으나 조모 봉양을 이유로 벼슬을 사양했다. 까마귀는 자란 뒤에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영험한 동물이다. 까마귀의 반포지효다. <삼국유사> '사금갑조'에 나오는 대보름의 세시풍속 이야기도 있다. 신라 21대 소지왕이 까마귀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게 된 후 정월 보름날을 오기일(烏忌日)로 정하고 '까마귀 밥' 찰밥(약식)을 만들어 제사를 지냈다.

인천에서 몇 안 되는 노포 떡집이라면 중구 신포국제시장 '성광떡방'이 대표적이다. 1947년부터 선친으로부터 이어진 떡집은 2대 이종복 대표에게 대물림돼 70여년이 됐다. 또 다른 배다리 '창영방앗간'도 대를 잇는 떡집이다. 이 대표는 하루 이상이 걸리는 전통 약식 만들기는 음양오행의 기를 넣는 정성 그 자체라고 했다. 대추고(즙)가 관건이다. 찹쌀, 대추, 밤, 잣, 꿀 등이 어우러지는 10여개의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향긋한 맛이 깃든 약밥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까치밥 약식이 정월 대보름 건강을 지키는 절식(節食)으로 인기를 누렸으면 한다.

3년 전부터 겨울에 선·악을 품은 까마귀가 경기도 수원과 평택지역 하늘을 뒤덮고 있어서 주민들의 생활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보도됐다. 수천마리의 떼까마귀 울음소리, 배설물 등으로 환경·보건피해가 극심한 실정이다. 빅 데이터 활용, 떼까마귀 순찰반·청소기동반 운영 등 다양한 퇴치 방법을 동원하지만 효과는 미비하다는 결과다. 까마귀는 먹통도 아니고 그 속을 알 수도 없다. 침팬지를 능가하는 지능으로 도구 활용 능력이 있다고 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