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화수술 이은 '2차 대전'
감기 바이러스 등 전염 우려
시·병원 "수의사 진단" 반박
단체 "단순우려 수준" 재반박
매뉴얼 촉구 항의 방문 계획

유기동물에 대한 안락사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시점에서 어린 고양이의 안락사 정당성을 놓고 수원시와 보호단체 간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11일 수원캣맘캣대디협의회와 수원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팔달구 고등동 일대에서 구조된 1살 미만 어린 고양이(무게 0.58㎏)가 보호 3여일 만에 안락사 됐다.

이 같은 사실은 협의회 소속 일부 회원들이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서 유기동물 보호공고를 본 뒤, 보호 중인 A동물병원에 분양 등 문의를 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협의회는 안락사를 한 A동물병원이 위법행위를 했으며, 시는 방관했다고 주장한다.

현행법은 최소 지자체 공고 이후 10일이 지나야만 유기동물을 안락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와 병원 측은 반면 전염 우려가 있다는 수의사의 진단 하에 이뤄진 정당한 안락사라면서 단체 주장에 반박하고 있다.

수원은 직영 동물보호센터가 없어 유기동물 구조·보호·치료 등을 시와 계약한 여러 동물병원이 맡는 구조다.

실제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은 동물이 질병을 옮기거나 상해 등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수의사 진단이 있다면 보호 기간과 상관없이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시가 협의회의 민원을 받아 A동물병원에 사유를 조사해본 결과, 해당 고양이는 '고양이 감기'로 불리는 '헤르페스 바이러스' 등 감염병에 걸려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협의회 측은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심각한 병이 아니며 단순한 우려 수준으로 안락사를 결정할 수 없다고 재차 반박한다.

협의회는 해당 고양이가 공고기간 10일 조차 기다리기 어려울 만큼 높은 전염성을 갖고 있다는 진료기록 등 증거를 내놓으라고 시에 요구하고 있다.

또 동물병원 수의사가 전적으로 판단해 동물이 억울하게 죽는 일이 없도록 '지자체 안락사 가이드라인' 마련을 촉구하는 항의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협의회 관계자는 "법에서 말한 전염성 질병 관련된 안락사는, 전염 우려가 매우 높은 경우로 한정한 것이지 단순한 우려 수준으로 결정하라는 게 아니다"라며 "지자체가 직접 눈으로 보고 관리 감독하는 시스템이 아니라면, 세부 규정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심정은 이해되나, 치료에도 불구하고 고양이가 회복 불가능하다는 수의사 진단 결과에 따른 인도적 처리가 이뤄진 것"이라며 "동물보호법 위반을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길고양이와 관련해 수원시와 주민들이 갈등을 빚은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말 시의 길고양이 중성화수술 사업(일명 TNR)에 참여한 B동물병원이 지침을 어기고 2㎏ 미만 길고양이를 수술해 주민 항의가 잇따랐다.

시는 당시 문제의 동물병원과 포획인에게 지급되는 사업비를 환수하고, 향후 사업에 참가할 수 없도록 행정 처분했다.

앞서 2015년에는 방치차량 보관소 부지 내 컨테이너박스에서 중성화 길고양이 보호소가 운영됐고, 수의사가 아닌 포획업자가 관리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민들이 수원캣맘캣대디협의회라는 단체를 구성해 시와 다툼을 벌였다.

한편 협의회는 길고양이 구조·보호활동을 목표로 현재 1500여명 회원이 활동 중이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