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경 논설위원

검정 교복에 한손에는 꽃다발, 다른 한손에는 졸업장을 넣는 통을 든 까까머리 중학생과 양옆으로는 한껏 멋을 낸 부모님. 지금부터 꼭 40년전인 중학교 졸업식 사진에 담긴 모습이다. 멋을 낸다고 신은 흰 운동화는 깡총한 검은 교복바지와 부조화를 이루며 촌스럽기 그지없다. 사진 속 배경인 붉은색 벽돌의 학교 건물은 40년이 지난 지금 만큼이나 오랜 세월이 느껴진다.

아무리 찾아도 쉽지 않건만 내 자식이 어디 있는지 찾아보기 위해 질척한 운동장 한 가운데 모인 까까머리 학생들을 쳐다보는 운동장 옆쪽 까치발의 학부모 모습은 보는 이들마저 안타깝게 한다.
2월이다.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졸업식이 열리는 시즌이다. 요즘 졸업식은 졸업생과 가족, 후배들이 운동장에 한데 모여 축하와 석별의 정을 나누던 예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졸업생은 학교 강당에 모여 졸업식을 치르고 축하하러 온 가족들은 교실에서 스크린을 통해 졸업식을 지켜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추운 겨울 바람과 미세먼지로부터 학생과 학부모들을 보호하기 위해 생겨난 요즘 풍속도다.

졸업생 한 명 한 명에게 직접 졸업장과 각종 상이 주어진다. 졸업생 대표만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졸업장을 받고 나머지 학생들은 박수만 치다 반으로 돌아가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졸업장을 건네 받던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요즘은 졸업식의 분위기도 많이 다르다. 후배의 송사에 울컥하는 마음과 눈물을 훌쩍이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졸업식장이 눈물바다를 이룬 모습은 먼 과거의 얘기가 됐다. 선생님·친구들과의 안타까운 이별이나 가슴 찡한 감동도 느낄 수 없다. 눈물 젖은 졸업식 대신 축제 분위기의 졸업식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졸업이 마침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라는 것에 의미를 둬서 그렇지 않은가 싶다.
졸업은 한 단계 높은 다음 과정으로 가거나 사회로 나가는 새로운 출발이다. 한때는 학교만 졸업하면 무엇이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모든 것이 내 뜻대로 이뤄질거라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이 잡초밭이라면 사회는 가시넝쿨밭 같다는 것을 졸업을 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알았다. 어릴적 '아무 걱정 없이 학교 다닐 때가 제일 좋을 때다'라고 하던 어른들의 말이 가슴에 와닿은지 좀 됐다. 며칠 있으면 막내딸의 중학교 졸업식이다.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고민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일단은 세상은 살만하다며 꿈과 희망을 전해주고 싶다. 혹시 막내딸이 대학을 졸업할 때쯤이면 세상이 바뀌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