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인천을 읽다] 인동(忍冬)잎
[시, 인천을 읽다] 인동(忍冬)잎
  • 인천일보
  • 승인 20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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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눈 속에서 초겨울의

붉은 열매가 익고 있다
서울 근교(近郊)에서는 보지 못한
꽁지가 하얀 작은 새가
그것을 쪼아 먹고 있다
월동(越冬)하는 인동(忍冬)잎 빛깔이
이루지 못한 인간(人間)의 꿈보다
더욱 슬프다


겨울을 견디는 생명의 힘은 위대하다. 초겨울 붉은 열매와 배경이 된 눈의 색채적 대비가 선명하다. 그 절대 불변의 세계를 쪼아 먹고 있는 꽁지가 하얀 작은 새. 절대적 세계의 표상과 이행에의 의지. 꿈을 이루지 못한 인간의 꿈보다 월동하는 인동잎에 대한 연민. 세상의 그 흔한 욕망의 드잡이를 비켜서서 혹독한 시련을 견뎌가고 있는 인동잎의 내재적 세계성. 근원적 슬픔. 일상의 삶들이 자신을 끝없이 왜소하게 만들지라도 '월동(越冬)하는 인동(忍冬)잎 빛깔'을 바라보며 이 겨울의 혹독함을 견디고 있는 모든 생명들에게 축복과 온기가 함께 하기를 빌어보는 아침이다.
/주병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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