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도승의 집 앞에 매춘부의 집이 있었는데, 밤낮 없이 사내들이 드나들었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수도승이 창녀를 불러 호되게 꾸짖었다. 꾸지람을 듣고 그 가난한 창녀는 자신의 부정한 행실을 부끄럽게 여기고는 신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러나 그 길 외에는 달리 생계를 유지할 길이 없었다. 남자를 받을 때마다 죄의식을 느끼며 신에게 간절히 기도했다.
 자신의 충고에도 그녀가 변하지 않자 수도승은 그녀가 상대하는 남자들의 수가 하루에 얼마나 되는 지 세어 보기로 작정하고 창녀의 집으로 남자가 들어갈 때마다 마당에 돌을 하나씩 던져 놓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돌무더기는 커져서 큰 무덤을 이루었다.
 “이 돌무더기를 보아라. 그대는 이 돌무더기 만큼이나 많은 죄를 지었다. 그래도 계속 이 일을 계속하겠느냐?” 이 말을 들은 창녀는 절망에 빠져 눈물로 참회하며 신을 찾고 용서를 정성껏 구했다.
 어느 날. 창녀와 수도승이 같은 날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천국의 사자는 창녀의 영혼을 데리고 천국으로 올라갔으나 수도승의 영혼은 사자와 함께 지옥으로 내려갔다. 억울해하던 수도승은 절규하듯 외쳤다. “나는 일생 동안 금욕과 절제, 그리고 가난 속에서 살았다. 그런데도 지금 지옥으로 끌려가고 있다. 저 창녀는 일생 동안 간음만 범한 여자인데도 천국으로 가다니….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지옥의 사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신은 언제나 공평하다. 너는 일생 동안 수도승이라는 자만심과 명예를 얻기 위해 계율을 지키며 살아왔다. 스스로 깨끗하다는 자기도취에 빠져, 단 한 번도 진심 어린 기도를 하지 않았다. 보라! 저 땅위에서 너의 육체를 사람들이 꽃으로 장식하여 장엄한 장례식장으로 데려가고 있구나. 그러나 저 여인은 음란하고 죄 많은 몸이었기에 들판에 버려져 독수리에게 갈기갈기 찢기고 있다. 그러나 비록 그녀가 창녀였지만 마음은 항상 신에 대한 미안함으로 당신 같은 수도승을 공경하고 살았다. 그래서 천국에 가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 중의 하나는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은 국가를 믿을 수 없게 된다. 이러한 불신감은 개인과 개인간에도 팽배해진다. 개인들은 마음의 문을 굳게 잠그고 세상을 의심하게 된다. 결국 나와 내 가족, 내 집단만이 소중한 것으로 여긴다. 이런 마음으로 사업을 하니 이질이 2차 감염까지 되어 세상을 흔들어놓고 있으며, `수지 김"" 사건같은 말도 되지 않는 사건들이 국민을 당하게 만드는 것이다.
 세 명의 국회의원들이 법원으로부터 부정선거운동을 했다는 죄로 의원직 박탈 위기에 놓였다고 한다. 그래서 신문지상에는 법원의 부정선거 척결 의지가 보였다고 지면을 할애했다. 그러나 과연 그 의지대로 당사자들과 국민들이 믿을 수 있을까? 엄중한 조사가 선거 후에 이루어졌다면 여의도 의사당 안의 그 많은 의원 중에서 과연 몇 명이 깨끗한 선거운동을 했을까?
 아는 것이 `지식""이라면 머리에 해당되고, 행하는 것이 `지혜""라면 마음에 속한다. 많이 보고 많이 배워서 우리 사회가 국가가 원하는 대로 `지식사회""가 된다고 해도, 따듯한 마음을 지닌 지혜로운 사람들을 길러내지 못하면 머리와 화려한 말만 있는 수도승 사회와 다를 바가 없다.
 이런 잘못된 사회를 우리가 매일 뉴스시간에 접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기 짝이 없다. 그래서 부모가 바로 행해야 하고, 교육이 바로서야 하고, 지도자들이 바로서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수도승 같은 지도자들이 뉴스의 주인공이 되어있는 현실에서 우리의 아이들은 어디에서 그 따듯한 마음의 지혜를 체득할 수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