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배너 호, 화재 이후 출항까지 인천항 사용료 수억 미납
▲ 인천일보DB

지난해 5월 인천항에서 대형 화재로 검은 연기를 흩뿌려 인천시민을 괴롭게 했던 대형 자동차 운반선 '오토배너(AUTO BANNER·5만2422t급·폐선)'호가 인천항 시설 사용료 수억원을 납부하지 않고 떠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소유회사, 용선사, 배를 고철로 사들인 업체가 각자의 이유를 들어 사용료 납부를 다투거나 거부하고 있어, 결국 법정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항만공사(IPA)는 지난해 5월부터 12월 말까지 오토배너호에 부과한 항만시설사용료 중 상당 부분을 아직 징수하지 못했다고 7일 밝혔다. 총 9억1000여만원(가산금 포함) 중 받은 금액은 7000만원 수준이다.

항만시설사용료는 배가 출항할 때까지 시설 사용 정도에 따라 부과되는 금액으로, 선박료·화물료·여객터미널 이용료·항만시설 전용사용료 등이 있다. 오토배너호에 부과된 금액은 대부분 선박료다.

오토배너호 사용료 문제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입항 이후부터 지난해 5월 화재까지 발생한 사용료 7000만원은 배를 빌린 현대글로비스가 이미 납부했다.

반면 화재 이후부터 9월까지 배가 방치돼 있던 기간에 부과된 사용료는 현대글로비스와 배 소유주이자 파나마 국적 법인 '에이티넘 마리타임 넘버 파이브 에스에이(ATINUM MARITIME NO. FIVE S.A.)'가 서로 납부 책임을 다투는 중이다. IPA는 이 기간 사용료 4억7000여만원을 현대글로비스에 부과한 상태다.

지난해 9월 매각 이후부터 배가 나간 12월까지의 사용료 3억7000여만원도 다툼이 있다. IPA는 오토배너호를 고철로 사들인 업체에 사용료를 고지했으나, 납부를 거부당했다. 구매 당시 오토배너호가 서류상 선박이 아닌 고철이라 현재 부과한 사용료는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오토배너호는 대기 오염으로 지역 주민에게 피해를 입히고, 인천항 유지·관리에 써야 할 사용료조차 납부하지 않은 셈이 됐다.

IPA 관계자는 "배가 나가기 전 조치하면 좋았겠지만 사용료는 출항 후 부과하게 돼 있다. 만약 압류하면 배가 방치되고 항만을 반쪽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어서 빨리 내보내자는 판단을 내렸다"라며 "일부 가압류를 걸었으며 앞으로도 계속 조치할 예정이다. 각각 사안마다 소송 가능성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