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정정 요청 거부 "인천 정체성 무시"

300만 대도시 인천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공항과 바다가 정부 기관의 공식 문건에 왜곡된 상태로 표기돼 있어, 근본적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오래전부터 서울이 인천국제공항을 품고 있다고 하는가 하면, 인천 앞바다가 경기도 관할 구역에 있다는 황당한 내용들이 외국인 등 국내·외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지금까지 바로잡을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7일 인천시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발간하는 '항공정보간행물(AIP)'에는 인천공항의 도시명이 '인천'이 아닌 '서울'로 명시돼 있다. 국내 모든 공항과 항공로 등 항공 정보를 담은 AIP는 전 세계 항공업계를 위해 만들어진 인쇄물이다.

이에 시는 2017년 2월 인천공항의 도시명을 인천으로 정정해 달라고 국토부에 요청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도 정정 요청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시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우선 그 이유가 황당하다.

공항 주변 대도시를 표기해야 하는 국제 기준에 따라서 서울을 인천공항의 도시로 내세웠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인천공항을 품은 도시가 인천이 분명한데도, 대한민국 수도로서 인구수가 많고 인지도가 높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인천을 서울로 바꿔치기한 셈이다.

국토부는 또 이미 굳어진 서울 명칭을 인천으로 바꿀 경우 외국인 조종사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도 했다.

여기에 항공사 대부분이 기내 방송에서 '인천공항'이 아닌 '서울인천공항'으로 안내하는 문제도 있다. 시가 2017년 항공사들을 조사한 결과, 국내·외 항공사 74곳 중 약 80%(58곳)가 서울인천공항이라고 왜곡해 전파 중이다.

바다 쪽도 잘못 표기된 사례가 있다. 국립해양조사원이 제작하는 해도(항해용 지도)에는 인천 굴업도 인근 바다가 '인천만'이 아닌 '경기만'으로 표기돼 있다.

앞서 시는 2015년 인천 정체성 찾기 일환으로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해 해양 지명을 개선해 달라고 조사원에 요청했으나, 현재까지 명칭 변경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시 관계자는 "단순히 행정 절차를 밟아 바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잘못된 명칭을 바꾸기 위해선 무엇보다 시민들의 적극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용범 인천시의회 의장은 "전 세계 항공업계를 대상으로 하는 정부 간행물에 인천국제공항의 도시명이 서울로 표기돼 있다는 것은 인천의 정체성을 무시하는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면서 "시의회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잘못된 명칭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