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치작전에 무리 축소·잠깐쉬다 이동 재휴식
출몰 범위 넓어지고 활동 패턴 방식도 다양
조류 전문가 "쫓는 건 한계 … 상생대책 필요"
▲ 수원 도심을 매년 찾은 떼까마귀가 기존 출몰지역을 벗어나 광범위하게 활동하고 있어 시 관계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7일 오전 수원시 권선구 주택가 차량위로 떼까마귀의 분변이 쌓여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수년전부터 수원시를 찾아온 수천마리 떼까마귀가 시의 퇴치작전이 벌어지자 무리를 분할해 움직이는 등 지능화되고 있다.

<인천일보 2016년 12월14일자 19면>

갑작스런 변화에 곳곳에서 배설물 피해 등이 재차 쏟아져 조류와 상생하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조류학회에 따르면 시베리아 등 추운 지방에서 서식하는 떼까마귀는 10월쯤부터 우리나라로 내려와 먹이활동을 한다.

오래전부터 농경지가 많은 평택, 화성 지역에 출몰했다.

지난 2016년부터는 이례적으로 도심지가 많은 수원시에 찾아왔다.

편히 쉴 수 있는 산림 등 공간이 축소되면서 밀려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주민 피해였다. 떼까마귀 수백마리가 해질 무렵부터 늦은 시간까지 전깃줄이나 건물 옥상 등에 모여 앉아 한꺼번에 배설물을 집중 투하한 것.

이 때문에 거리, 차량 등에 심각한 오염이 발생하자 불쾌해하는 주민은 물론 장사에 악영향을 우려한 상인들의 민원이 속출했다.

시는 이듬해 퇴치 작전에 돌입했다.

'퇴치반' 관계자들이 레이저 기기를 이용, 군집해있는 떼까마귀에게 녹색 빔을 쏘는 방식이다.

실제 레이저를 쏘면 떼까마귀가 놀란 듯 달아나는 효과가 나왔다. 떼까마귀가 다른 장소로 도망가면 그곳에서 또 레이저를 쐈다.

이처럼 '쫓고 쫓는' 전쟁이 3년에 걸쳐 이어졌고, 시는 지난해 말 출몰 시간 감소 등을 근거로 아예 찾아오지 않을 가능성도 내다봤다.

하지만 이긴 쪽은 떼까마귀였다. 최근 떼까마귀 무리는 레이저 퇴치가 반복되자 기존 수백마리였던 수가 수십마리로 축소된 형태로 관측되고 있다.

그 대신 활동 범위는 더욱 넓어졌다. 시가 파악한 동수원사거리·아주대삼거리·가구거리·인계동박스 등 주 출몰지점에서 작게 10m 많게 수백m 확대된 모습이다.

시가 활동 반경으로 지정한 선에서 아예 벗어난 인계초등학교, 고색동, 세류동, 호매실동 일대 등에서도 떼까마귀가 쉬고 있는 모습이 자주 발견되고 있다.

출몰 패턴도 변했다.

과거 떼까마귀 무리가 한번 휴식을 시작하면 다음날 이른 아침까지 머물렀는데, 올해는 잠깐 휴식했다가 멀리 이동해 재차 휴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떼까마귀의 변화된 움직임에 시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전에는 크게 뭉쳐 대로변에 있다가 이제는 작게 쪼개져 골목, 주택가 가까이 침투해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며 "활동범위가 커지면 지금의 퇴치 인력으로 대응하기 어려워 난감하다"고 말했다.

조류 전문가들은 떼까마귀를 쫓는 건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다.

남궁대식 한국조류보호협회 사무총장은 "떼까마귀는 무리를 이뤄 생활하면서 어떤 공격이 있으면 변화해 대처하는 지능이 있다"며 "철새가 살아갈 환경을 조성하지 않은 채 무작정 쫓아내는 방법은 피해를 줄이기 어렵다"고 제언했다.

한편 떼까마귀 무리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고, 조류인플루엔자(AI)와 같은 질병을 전파하지 않는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