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여대 영상방송학과 교수

 

▲ 영화 ' 그린북'
▲ 영화 ' 그린북'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고 한다. 또 신은 모두를 치유할 수 없기에 우리에게 우정어린 친구를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친구는 오랫동안 친밀하게 사귀어 서로 마음이 통하는 벗이다. 친구 사이에 가장 소중한 요소는 '신뢰'와 '사랑'일 것이다. 이를 우리는 '우정'이라 부른다.
우정은 영화의 아주 중요한 소재요 주제가 되고 있다. 그만큼 숱한 영화가 이 우정을 깊숙이 또 다양하게 다뤄 왔다. 오늘은 그 우정 중에서 살아온 배경과 문화와 신분, 특히 피부색을 뛰어넘어 감동적인 우정을 그린 영화들을 안내한다.

▲편견 극복의 우정 영화 <그린북>
<덤 앤 더머>의 피터 패럴리 감독이 연출을 맡은 <그린북>(Green Book, 2018)은 인종차별이 심했던 1960년대 미국 남부 콘서트 투어에 오른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와 백인 운전기사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의 우정을 그린다. 살아온 배경과 인종, 성격과 취향도 판이하게 다른 두 남자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가까워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비고 모텐슨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매번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고, 돈 셜리 역의 마허샬라 알리의 섬세한 감정 연기는 시대의 비애를 느끼게 한다. 두 배우의 자연스러운 호흡이 마지막까지 기분 좋은 여운을 선사한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편견의 극복'이다. 두 주연 배우는 내내 편견으로 다투는 듯 보인다. 사실, 두 사람이 아닌 시대적 상황과 인종적 차별이 그 편견을 몰아 세운 거다. 또 그 편견은 배우가 아닌 오히려 관객의 고정화된 편견이다. 두 사람은 편견이 아닌 자신의 주관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있다. 만약 두 사람이 자신의 고집을 꺾고 어느 정도 상대를 배려했다면, 결코 진실한 친구 사이는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두 사람은 끊임없이 자신이 백인남성이 아닌 토니 발레롱가임을, 흑인남성이 아닌 돈 셜리임을 서로에게 어필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상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수 있었다. 편견이 아닌 차이에 대한 정확한 인식,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인간적인 호감과 유대가 바로 이 둘을 우정으로 묶어냈다.

▲거짓말 같은 우정 쌓기 <드라이빙…>과 <언터처블…>
1990년 제62회 아카데미에서 작품, 여우주연, 각색, 분장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Driving Miss Daisy, 1989)는 브루스 베레스포드의 섬세한 연출과 제시카 탠디(데이지), 모건 프리먼(호크)의 보석 같은 연기가 빛나는 명작이다.
고집이 세고 자존심 강한 데이지 여사는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혼자 운전을 하다 결국 사고를 낸다. 이에 놀란 아들은 흑인 운전사 호크를 고용한다. 그러나 유별나고 고집 센 유태인 마나님은 일방적으로 호크를 무시하는 등 그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유머가 가득하고 인내심이 강하며 인간미가 넘쳐흐르는 호크는 데이지 여사의 온갖 냉대와 무시를 무릅쓰고 오로지 진실된 마음으로 순종하며 보살핀다. 결국 잘난 체하고 고집불통인 할머니도 그의 참다운 인간성에 감동, 따뜻한 마음으로 그를 받아들인다.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 : 1%의 우정>(Intouchables, Untouchable, 2011)도 추천할 만하다. 하루 24시간 내내 돌봐주는 손길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전신불구의 상위 1% 백만장자 필립(프랑수아 클루제)은 건강한 신체가 전부인 하위 1% 무일푼 백수이자 흑인인 드리스(오마 사이)를 자신의 간병인 겸 기사로 두게 된다. 전신불구이지만 교양과 지식으로 가득 찬 필립과 밑바닥 인생으로 거침없고 참을성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드리스, 극과 극인 두 사람의 거짓말 같은 우정 쌓기가 큰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인간을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우정과 성공적인 인간관계라는 영국 포드사비 박사팀의 연구 결과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진정한 우정이 우리를 얼마나 따뜻하게 해주는지를. 이 겨울 추위를 훈훈히 녹여줄 감동어린 우정을 다룬 위 영화들을 새삼 발견해 보기 바란다. 진정한 우정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