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진 사회부 기자
 

출근길. 조수석에 올려둔 스마트폰이 요란했다. 액정에는 모르는 번호였다. 전화기로 선뜻 손이 안 갔다. 이른 아침부터 걸려온 연락처에 없는 전화는 받기 전부터 속이 복잡해진다.
"송도국제도시에 국공립 어린이집 만드는 게 원도심보다 쉬워서 그런 거다." 수화기 너머로 낯선 여성 목소리다. 이날 인천일보에 '인천지역 국공립 어린이집 신설이 신도시에 집중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송도 사는 독자라고 밝힌 그는 "요즘 신설 아파트들은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을 널찍하게 짓는다. 송도국제도시 일부 단지들은 커뮤니티 시설 일정 공간을 국공립 어린이집 마련을 위해 지자체에 무상으로 임대하고 있다. 지자체 예산은 한정된 마당에 따로 부지를 마련하지 않아도 되는 비교적 손쉬운 방법이다. 원도심 실정과 다르다." 상황 설명과 불만이 섞인 말을 전했다. 그래서 "맞는 말씀이시다"고 답했다. 독자는 이어 "송도에서도 국공립 대기가 100번이 넘어간다"고 했다. 그래서 "맞는 말씀이시다"고 또 답했다. "잘못하면 기사가 국공립 어린이집 신설에서 신도심만 편애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독자는 밝혔다. 전화 목적인 듯싶었다. "방금 전해주신 이유로 실제 국공립 신규 물량이 주로 신도시에서 소화되고 있다. 편애처럼 보이는 현실에 대한 얘기다"고 하니, 독자는 "알았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어디든 부족하긴 마찬가지"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독자 말씀처럼 인천에서 국공립 어린이집은 어디든 부족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인천지역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은 12.0%다. 비슷한 규모 도시 부산만 봐도 15.6%다. 강화·옹진군을 뺀 지역 8개 구에서 국공립 어린이집이 한 곳도 없는 법정 동은 모두 40곳이다.
원도심에 국공립 어린이집 만들려면 하나부터 열까지 손이 안 가는 데가 없다. 도시 인프라가 약하다 보니 어린이집 하나 넣을 부지 마련부터 큰일이다. 새로 짓는 대규모 주택단지들은 국공립 어린이집 신규 물량을 손에 쥐고 있어도 워낙 인구 유입이 가파른 동네라 공급이 늘 수요에 뒤처진다.
도시 발전 속도를 고려한 맞춤형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정책이 필요한 때지만, 해당 인력이나 예산 등 뭐 하나 넉넉한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