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경기도의회 협치지원담당관


지난 해 10월 말, '제6회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정부에서는 1988년 이후 30년 만에 지방자치법을 전부 개정한다고 발표했다. 현 정부 들어와 그 동안 몇 차례에 걸쳐 대략적인 자치분권의 방향을 제시한 바 있었지만, 이번에 발표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구체적인 내용을 제도화하고 실질적인 조치를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이번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크게 3가지인데 첫째, 주민주권 확립을 통해 실질적인 지역민주주의를 구현하고, 둘째, 자치단체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이에 상응하는 자치단체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며, 셋째, 중앙과 지방의 관계를 국가의 지도·감독에서 협력적 동반자 관계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4개 분야에서 24개의 세부적인 과제를 제시하고 있으며, 각각의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법률안으로 만들어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으로, 이미 지난 해 12월까지 입법예고를 마치고 올해 2월 국회 제출만 남겨놓은 상태다. 이에 전국의 지방의회는 일제히 환영 입장을 밝히고, 그동안 요구해왔던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과 정책지원인력을 포함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통과만을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예천군의회 해외연수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터지고 만 것이다. 지방의회 해외연수에 대한 외유성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지만, 폭력과 부적절한 언행이 담긴 이번 사태의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국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고, 지방의회 해외연수 폐지를 넘어 아예 지방자치 무용론까지 나오면서 성난 민심은 급속히 악화되었다.

1952년 6·25 전쟁 중에서도 지방선거를 치렀고, 5·16 군사정변에 의해 강제로 중단된 지 30여년 만에 민주주의의 힘으로 다시 부활한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역사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지방의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으로 인해 그동안 손꼽아 기다리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2월 국회 상정도 불투명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지방의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1991년 지방의회 부활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할까.
한번 무너진 신뢰는 다시 회복하기가 너무도 어렵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안 믿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 한사람을 탓할 때가 아니다. 지방의원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먼저 반성하고 자정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그동안 과연 주권자인 주민의 명령에 충실했는지, 주권자와 진정으로 소통했는지, 사심 없이 주권자를 위해서 일했는지 스스로 뒤돌아봐야 한다.

주권자인 주민에게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지방의회의 책임성과 투명성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 의원 개인 신상에 대한 투표나, 투표 결과를 공개하고 싶지 않은 의결에 대한 무기명 또는 비공개 표결은 지방의회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하지만 지방의회는 주민의 대의기관으로서 모든 표결에 대해서 투명하게 주민에게 공개할 의무가 있다. 지방의회가 하는 일과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에 대해 주민들에게 상세히 공개하고 주민들의 올바른 선택을 받아야 한다. 본회의뿐만 아니라 상임위원회에서 진행하는 행정사무감사와 예·결산심의, 입법심의까지 모든 의정활동을 실시간으로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소통할 필요가 있다.
모든 의정활동이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공개가 전제된다면 지방의원 역시 스스로 전문성을 강화한 의정활동을 위해 노력할 뿐만 아니라 평상시 언행에도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의회 해외연수에 대해서는 지방의원들의 결연한 각오가 필요하다. 아무리 행정안전부뿐만 아니라 각 지방의회에서도 개선안을 만들고는 있다지만, 지방의원 스스로 자정하려는 의지가 없으면 백약이 무효다. 주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지방자치를 다시 살릴 골든타임,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