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받고 '뒤늦게 제외' 선정기준 '지역간 연결' … 정치논리 빼곤 설명 안 돼

인천 송도와 서울역, 경기 남양주 마석을 잇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B노선(GTX-B) 건설 사업이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에서 탈락한 것에 대한 인천시민들의 반발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관련기사 3면

한쪽에선 GTX-B 사업이 '정치적 논리의 희생양'이 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방 사업의 예타 면제를 극대화하고자 사업비가 큰 GTX-B 사업을 쏙 빼버리는 '황당한 셈법'이 작용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수도권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뒤늦게 '수도권 사업 원칙적 제외'란 억지 가이드라인을 설정했다는 의심도 사고 있다.

▲수도권 포함 원칙 뭉개고 GTX-B 배제 의혹

30일 정치권과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주요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에 대한 정부의 예타 면제 정책은 초창기 '수도권 제외'란 제한을 두지 않았다.

실제 균형위는 지난해 11월 수도권을 포함해 17개 전 광역지자체로부터 지역 현안 2개씩 예타 면제 신청을 접수받았다. 인천시는 GTX-B 사업과 서해평화도로 조성 사업을 신청했다.

처음부터 수도권 배제 원칙이 세워졌다면, 균형위가 수도권 사업을 신청받지 않았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역에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구분이 없던 예타 면제 선정 기준이 어느 시점에서 정치적 입김이 작용해 수도권이 배제됐다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예타 면제는 비수도권을 위한 것"이라고 밝힌 이후, 시 안팎에선 GTX-B 사업 등 수도권 사업이 모두 탈락할 것이란 분위기가 감지된 바 있다.

균형위의 한 관계자는 당시 인천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수도권을 넣느냐 마느냐 이 부분은 '정치적 사안'이지, 균형위가 넣어라 빼라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균형위가 수도권을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제시한 사실도 없다"며 개인적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GTX-B 희생 삼아 지방 사업 극대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예타 면제 선정 기준으로 '지역균형발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밝힌 바 있다. 2개 이상의 시·도를 연계해 지역 간 연결성을 강화하고, 사업 계획이 구체화돼 신속히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우선 골랐다고 했다.

이는 수도권 13개 지역을 지나며 인천·서울·경기를 하나로 묶어 균형 발전을 촉진하는 GTX-B 사업이 선정돼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이 수도권 상생 공약으로 GTX-B 사업을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GTX-B 사업(총사업비 5조9000억원)과 동반 탈락한 신분당선 연장 사업(수원 광교∼호매실·1조1646억원)의 규모는 7조원에 이른다. 반면 예타 면제 사업으로 선정된 1조원 미만의 지방 사업은 새만금국제공항 건설 사업 등 12개로 사업비를 다 합쳐도 6조6000억원에 그쳐 두 사업보다 규모가 작다.

결국 정부와 정치권 쪽에서 지방 사업의 예타 면제를 극대화하기 위해 '수도권 원칙적 제외' 카드를 썼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은 "국가균형발전 사업의 큰 축인 GTX-B 사업을 예타 면제 대상에서 떨어뜨리기 위해 수도권 원칙적 제외를 적용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이번 예타 면제 정책은 내년 총선을 겨냥해 지방 민심을 포섭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 탓에 인천이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했다.

/박범준·정회진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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