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가 올해 지역축제를 대폭 늘리고 그 규모도 키운다고 한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후 가장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 천편일률적인 지역축제다. 지방자치가 아니라 '축제자치'라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이다. 축제를 위한 축제이다보니 이제 주민들은 으레 그러려니 하게 됐다. 올해 계획된 연수구 축제들도 그 이름만 들어봐도 눈에 선한 수준이다. 서울에서 가수들을 불러 위문공연 비슷한 무대를 만들고 해가 질 무렵이면 허공에다 불꽃을 쏘아 올리는 패턴일 것이다.

연수구는 올해 지역축제에만 15억원 넘는 예산을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 기존의 축제를 쪼개거나 신설하고 그 몸집도 키운다는 방향이다. 해마다 개최하는 연수구 대표 축제 능허대문화축제는 올해 그 규모가 더 커진다고 한다. 지난해 2억9000만원이던 능허대문화축제 예산이 올해는 4억5000만원으로 늘어난다. 능허대 빅콘서트 등이 3일 동안 진행된다. 능허대축제와 병행하던 '연수구민의 날' 행사도 이번엔 따로 연다. 능허대축제와 불과 며칠 간격을 두고 열리는 구민의 날 행사에도 1억3700만원이 들어간다.
'송도미래축제'라는 이름의 축제가 신설되기도 한다. 오는 4월 크루즈 모항 개장을 기념해 불꽃놀이 등을 하는 데 2억9500만원이 책정됐다. 5월엔 1억5000만원이 필요한 연수구민 한마음 체육대회가 열린다. 이 무렵에는 '연수 대학가요제', '우리동네 별별공연' 등도 줄지어 개최된다.

연수구는 지난해 쓰고 남아 이월된 예산만도 716억원에 달할 정도로 살림살이에 여유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 해도 콘텐츠도 없고 지역특화성도 없는 축제를 남발할 명분은 안된다. 선거로 뽑힌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은 이같은 행사를 통해 정치적 혜택을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업에 쫓기는 대부분의 주민들은 축제가 열리는지도 모른다. 기왕 하려면 요즘 뜨고 있는 다른 지역의 겨울축제들처럼 사람이라도 몰리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까운 세금을 퍼부어 여는 축제라면 지역 주민들 누구나 기다리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고민이 결여된 하나마나한 지역축제는 요즘 문제되는 지방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연수에 다름없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