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호 언론인

 

'인생역전'을 향한 열망은 어디나 마찬가질 거다. 세계 복권시장 규모가 매해 연 평균 5%대 이상 꾸준히 느는 걸 보면 그렇다. 다소 늦은 통계지만 2013년 세계 복권시장 규모는 2634억달러. OECD 가입국가가 매출의 69%를 차지했다. 이 수치는 OECD 34개 국가의 GDP가 세계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64%)에 근접한다. 여타 개발도상국에 비해 잘 사는 쪽이 더 적극적으로 복권을 산다는 점도 흥미롭다.
국내 상황 또한 다르지 않다.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대표적 복권인 로또가 2002년 발행되면서 기존 주택·체육·기술복권 등을 제치고 대표복권 자리를 차지했다. 당시 당첨자가 없으면 당첨 금액이 자동 이월돼 407억원을 탄 사례 또한 로또 기대치를 한껏 높였다.

이후 게임 당 가격은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낮아졌다. 당첨금 이월 횟수도 2회로 줄여 열풍을 식히려 했다. 하지만 불붙은 인생역전 열망은 일상 풍경이 됐다. 여러 규제에도 로또는 매출액 총량제한에서 특혜를 받았고, 몇 년 뒤 총량제한 자체가 사라졌다. 이쯤 되면 가히 '로또불패'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경제 하락세에 그나마 기댈 건 로또인 걸까. 지난해 로또 매출액이 3조9658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게임 당 2000원이던 시절인 2003년 매출보다 많다. 일 년 새 나온 1등 당첨자는 484명에 평균 당첨금은 19억6100만원. 이 정도 수준은 천문학적 당첨확률에 수천억대 당첨금을 주는 미국·유럽 등에 비해 적은(?) 금액이다.

알려진 한국 로또 1등 당첨확률은 약 800만분의 1. 천원이라는 싼 값에 상대적으로 높은 확률, 20억 남짓 당첨금은 '한 방'을 꿈꾸는 이들을 사행(射倖) 대열로 불러들이기 딱 좋은 수준이다.
새해가 밝자 로또점이 북적이고, 벗들은 "로또 맞으라"며 덕담을 건넨다. 실체 모호한 '복(福)' 빌어주는 것보다는 좀 더 현실적이다. 줄곧 사다보면 언젠간 터지겠지만, 여러 확률을 고려할 때 기대 난망이다. 그럼에도 '사야 맞는다'는 벗들 덕담 핑계 삼아 월요일마다 로또에 2000원을 투자한다. 한 주간 활력소이자 기대할 게 없는 것보단 낫겠다 싶다. 그러다 뭐라도 되면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