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을 코 앞에 두고 시청 주변엔 때 아닌 '인사 갑질' 논란이 한창이다. 깜깜속 짬짜미 인사라며 후보 추천 및 임명 철회를 주장하는가 하면 낙하산 인사의 전문성과 자질이 떨어진다며 인사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는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역대 인천시장들도 학연과 지연을 중심으로 인사를 편다며 편중 인사 논란을 거쳤지만, 낙하산 인사의 전문성과 자질까지 문제 삼으며 갑질 인사를 한다는 지적은 처음이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시장 출범 초기에 나타났던 인사 구설이, 이미 자리를 잡았을만한 시기에 터지니 이 또한 기현상이다. 청와대 인사수석을 지낸 분이라는 게 무색할 지경이다. 인사가 만사라는데 박남춘 시장의 인사 철학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거다.
이용범 시의회 의장은 28일 오전 의장단 회의를 열어, 최근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인 인천시설공단 이사장 내정자는 물론이고 인천환경공단도 대상으로 하는 청문회 성격의 인사 간담회를 확대 실시키로 확정했다. 일각에서 시설공단은 지하상가, 아시안게임 경기장, 인천가족공원 등 난제가 산적한 기관인데, 박 시장 선거캠프에서 특보단장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전문성 등에 대한 검증도 없이 낙하산 인사를 하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 일었다.

매한가지로 박 시장의 의원시절 보좌관을 인천종합에너지 상임이사로 지명 통보해 한창 구설이다. 송도국제화복합단지개발㈜ 대표이사 내정설이 파다하게 도는 인사는 더욱 가관이다. 2015년에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의원직이 상실된 이다.

고위 정무직제 인사가 논란이 일자 허종식 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은 시설공단과 인천종합에너지에 대한 내부 개혁을 진행하고, 송도국제도시 연세대의 대학병원 건립을 조속히 추진하기 위한 거라고 해명했다. 전문성과 도덕성 등에 대한 검증도 안 된 인사가 내부 개혁에, 큰 프로젝트까지 수행한다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가뜩이나 출범 초기에 개방형 직위도 공개모집을 하겠다며 균형발전정무부시장, 감사관, 대변인, 브랜드담당관, 소통담당관, 평가담당관, 중앙협력본부장 등을 공고했지만 이미 내정된 자가 있다는 소문에 응모자가 없어, 결국 무늬만 공모로 끝나고 말았다. 이는 공무원에 대한 시민 선호도가 최고치를 찍는 때에 시민을 상대로 사기성 인사를 편 거나 진배없다. 더욱 교묘해진 낙하산 인사다.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공모도 난리다. 대표이사 추천위원회가 설립 후 처음으로 후보의 직무계획 발표회를 시민에게 공개하고 비공개 심층면접 뒤 2명 후보를 선정했는데 '깜깜속 짬짬이' 선정 논란에 휩싸였다. 발표회에 참석했던 문화예술인들의 후보에 대한 평가가 추천위원 평가와 엇갈리는가 하면 후보 검증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폭로가 이어진 거다. 노조까지 기자회견에 나서는 등 추천위원 명단과 심층면접 결과 공개 요구가 쇄도하는데도 누가 뒷배인지, 추천위원회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인천시체육회 임시 대의원총회도 뒷말이 무성하다. 총회 의장인 박 시장과 갈등하고 있는 상임부회장의 직위 폐지를 결정하는 자리였는데, 투표 방식을 거수로 한 거다. 정부 지원을 받아야할 종목별 단체장 등이 대의원이다 보니 시장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데 말이다.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이 정도는 아닐 거다.
선거 후 논공행상과 낙하산인사는 비일비재했다. 다만 혁명정부가 아닌 이상 인사는 공직사회와 시민사회의 상식이 통용되는 범위에서 이뤄졌다. 내 편이니 온갖 방법을 써서라도 그 자리에 세우겠다는 발상 자체가 폭력적이라는 거다. 그래서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