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형 인천대 디자인학부 교수

바야흐로 영상 미디어의 황금시대다. 셀 수 없이 많은 영상 콘텐츠들이 만들어지고 소비되고 있는 요즘 그 중심에는 유튜브가 있다. 2005년에 시작된 이 동영상 공유 서비스는 이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서비스 중의 하나가 됐다. 한국에서도 모바일 앱 사용 순위 1~2위를 다툴 정도로 큰 인기를 끈다. 초등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래 희망 직업들에 유튜버가 당당히 이름을 올릴 정도이니 그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볼 수 있겠다.

여러 시장조사의 데이터를 보면 10대를 위주로 하여 연령이 낮은 세대일수록 모바일 동영상을 더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요즘 청소년들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할 때 포털 사이트보다 유튜브에서 먼저 검색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연령이 낮은 세대일수록 동영상 콘텐츠를 더 많이 소비하는 이런 현상을 보면, 사용자 수와 사용량이 정점에 다다른 기존의 SNS 서비스들과 달리 유튜브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데이터 통신 속도와 디지털 기기의 발전은 이렇게 언제 어디서나 동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었고, 사용자들의 사용 형태도 그에 따라 변화해 왔다.

인터넷이 대중화되어 보급되기 이전인 1990년대에 전화선을 이용한 PC통신을 사용해본 적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그림 없이 파란색 바탕에 온통 흰 글씨로 이루어진 통신 화면을 어렴풋이 기억할 것이다. 당시 그림 한 장 분량의 데이터를 받기 위해서는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했기에 이미지 파일은 아예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했고, 대신 글자에 색깔을 입히거나 시차를 두고 깜박거리게 만들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약간의 애니메이션 비슷한 효과를 주어 좀 더 독특하고 멋진 화면을 만들어보려는 시도가 있기는 했다. 그러던 것이 데이터 전송 속도의 발전과 함께 WWW(월드 와이드 웹)이 대중화 되면서 인터넷 세상은 화려한 그림과 사진들로 채워지게 됐다.

또한 동영상의 시연이 가능하다는 것은 인터넷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였기 때문에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지만 당시 웹디자인의 주류를 이루던 어도비 플래시라는 제작 툴은 애니메이션 효과를 적은 데이터 양으로 만들어낼 수 있어 플래시로 만든 모션그래픽들이 웹사이트에서 보는 동영상의 표준처럼 널리 쓰이기도 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정지된 것보다 움직이는 물체에 더 주의가 끌리기 때문에 시각적 전달 수단으로서의 동영상 사용은 매우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법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동영상은 인터넷 초기부터 제품의 특성을 전달하고 소비자들에게 인식시켜야 하는 광고와 마케팅 분야에서 많이 사용되어 왔다.

초기에는 통신 속도의 제약 때문에 아주 짧은 동영상들만이 배너광고와 같은 형태를 통해 제한적으로 선보였지만 기술 발전에 따라 이제는 유튜브뿐만 아니라 포털이나 SNS 사이트에서도 쉽게 동영상 광고를 발견할 수 있다. 거기에다 개인이 쉽게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되다보니 광고 그 자체가 콘텐츠화 되는 현상이 생기게 됐다.
오늘날에는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전통적인 TV광고의 형태와는 다른, 엔터테인먼트화된 콘텐츠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기존의 광고들은 단순히 제품의 정보만을 전달할 뿐이라서 광고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했다면 콘텐츠 광고는 사람들의 관심과 재미를 얻는 엔터테인먼트의 기능을 추구한다. 동시에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면서 광고의 목적을 달성하게 한다. 즉 광고와 콘텐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인데, 근래 정치 분야에서도 이런 영상 콘텐츠를 통한 광고 홍보의 순기능을 십분 활용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요즘 한국 정치권에서는 유튜브를 통한 정치활동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유튜브 사용자들이 늘어나고 정치에 관련된 영상 콘텐츠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유권자들과의 대화 창구로 기능하게 되자 여야를 막론하고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동영상 콘텐츠를 올려서 자신을 홍보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다소 그 내용에 대한 걱정도 앞선다.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쉽지만 진정성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구현하기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흥미 위주로 편향된 내용의 자극적인 콘텐츠의 범람은 짧은 순간 인기를 얻을 수는 있어도 길게 보면 정치 혐오와 같이 정치권 전반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새로운 정치 커뮤니케이션이 된 '유튜브 정치'가 순기능을 할 수 있도록 의미있고 정직한 콘텐츠가 많아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