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지난 28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인천산학융합원 착공식이 열렸다. 이 행사는 항공우주산업을 하나의 축으로 인천시의 산업을 고도화하고 좋은 질의 일자리를 만드는데 이바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에 선정된 이후 2년 동안 많은 준비 끝에 이제 착공에 들어갔고 앞으로 약 1년간의 공사를 거쳐 2020년 초에 준공될 이 건물은 대학과 산업체와의 다양한 교류의 거점으로 활용될 것이다.

세계 10위의 경제력을 가진 우리나라에서는 유럽의 소국처럼 특정한 몇 개의 분야에만 국가역량을 집중해서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 선택과 집중은 좋은 전략이기는 하나 구체적 방법은 각 나라가 처한 상황과 환경에 맞추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인구가 우리의 몇 분의 1 수준인 규모의 국가가 특정 몇 개의 산업에 집중해 높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해서 우리가 그런 식으로 따라갈 수는 없다. 오히려 우리나라 규모에서는 산업 전반에 걸쳐 고른 기반을 갖추고 그걸 바탕으로 신기술과 신산업 발전을 이루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상대적 강점을 갖고 있던 분야는 기계, 전자 등 중간재이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산업에서 수요가 발생하기에, 전 세계 경제 규모가 성장할 때 비교적 안정적인 시장규모를 유지하며 시장진입도 상대적으로 쉬웠다. 하지만 대규모 시장과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서 성장한 중국의 기술로 인해 우리의 제조업 경쟁력은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차별화된 기술력인데 우리는 아직 일본과 같은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흔히 표현하는 대로 샌드위치와 같은 상황에 부딪혔다. 천연자원이 넉넉하지 않은 우리 상황에서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기댈 것은 인재와 기술이다.

작년 한 해 전 세계 기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 단어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인공지능이라 생각한다.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바프 교수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했을 때만 해도 대중에게는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알파고의 능력을 보고 감탄하던 것이 불과 2~3년 전인데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 활용도는 빠르게 산업현장에 파고들고 있다. 경험과 노하우가 큰 역할을 하던 아날로그 시대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디지털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전자산업은 비약적인 도약을 이루었다. 이전의 산업기술발전이 인간을 보조할 수 있는 우수한 도구의 개발에 초점을 둔 것이라면 인공지능은 인간을 직접 대체하는 수준까지 내다본다.

따라서 모든 계층의 노동력이 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직업의 형태가 빠르게 변할 것이다. 쓰나미처럼 빠른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느냐 못하느냐가 개인과 국가의 명운을 결정하게 된다. 유연성을 갖춘 교육, 첨단 기술 변화를 반영한 교육 기회의 제공과 이를 통해 늘 필요한 기술을 갖춘 인재가 있는 국가만 이 변화의 물결을 슬기롭게 타올라 한 단계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 국가와 사회는 이런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는 단계를 벗어난 우리 기업은 기술이 없으면 치열한 세계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다. 기업은 시장에서 돈을 벌지 못하면 다음 세대의 제품을 개발할 기술을 갖추지 못한다. 국가를 위기로 몰고 갈 수 있는 이런 악순환을 끊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중앙정부는 전체 큰 틀을 제공하고 지방정부는 각 지역의 특색에 맞는 세부 프로그램을 만들어 각급 기관들이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함께 발전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산학융합원 사업은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웠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인천공항이 위치한 인천은 항공운항과 연계된 활용 및 지원 서비스뿐 아니라 MRO 등 파생 산업의 최적지이다. 또한, 동아시아 중심이라는 지리적 특성과 그에 따른 탁월한 접근성은 우수 인재를 불러 모으기에 최적지이므로 항공우주 R&D의 핵심지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항공기는 가장 높은 수준의 소재 가공 능력이 필요하고 첨단 전자와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이는 기계 가공이 중심인 인천의 2차 산업을 고도화시키고 새로운 영역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매개체로 작용할 수 있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항공우주처럼 선진국이 독점하고 있는 전통적 고부가가치 산업은 그 시장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 단기간에 승부를 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하지만 그 리그에 일단 진입한다면 다른 나라들과 확실한 차별성을 가질 수 있으므로 정부는 이에 맞는 지원을 해야 한다. 인천산학융합원 건축물은 성공을 위한 하나의 기본 요소에 불과하다. 이제 그것을 어떤 콘텐츠로 채울 것이냐 고민할 단계다. 인천시뿐 아니라 중앙정부도 이것이 단순 지역 사업이 아니라 국가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