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내동 축구장서 호흡 멈춘 50대
비번에 같은 곳서 운동하다 발견
'심폐소생술'로 발빠른 초기대응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A(57)씨는 지난달 2일 오후 1시50분쯤 별내동의 한 축구장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낯빛은 창백했고,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곁에 있던 사람들은 크게 당황한 채 발만 동동 굴렀다. 이때 한 남성이 달려와 A씨의 맥박·호흡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는 A씨 심장이 멈춘 걸 확인한 뒤 심폐소생술을 했다. A씨 가슴을 누를 때마다 등에선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얼굴을 타고 흐르는 땀을 훔치며 그는 10분간 심폐소생술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인근 소방서 구급대가 도착하기를 차분히 기다렸다.

이어 현장에 도착한 별내·진건구급대 대원들이 제세동기를 이용해 전기 충격을 시작했다. 퉁! 퉁! 몇 차례 충격이 전해지자 누군가 소리쳤다.

"숨을 쉬는 것 같아요!"

A씨의 호흡과 맥박이 점차 살아나기 시작했다. 구급대는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A씨는 구급차 안에서 다행히도 의식을 되찾았다. 이후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 남성의 정체가 궁금했다. 심폐소생술의 주인공은 남양주소방서 구급대 소속 이정무(28) 소방사였다. 이 소방사는 이날 비번이었다. 축구장에서 운동을 하다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

이정무 소방사가 인명을 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16년 11월24일 오전 6시49분쯤 '임산부의 몸 상태가 매우 나쁘다'라는 구조 신고 전화를 받았다.

현장 상황은 심각했다. 임산부 B씨의 양수가 터졌고, 태아 머리까지 보이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병원으로 옮기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이 소방사는 당시 별내119안전센터에 임용된 지 사흘 된 새내기 소방관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구급차로 달려가 분만 세트를 열었다. 석션과 모포, 탯줄 제거 장비를 챙겼다. 이후 동료 소방관들과 임산부를 안심시키며 분만을 유도했다. 그 덕에 B씨는 건강한 딸아이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이정무 소방사는 "소방관은 오직 시민을 위해 일한다. 생명을 구조하는 일에 쉬는 날은 없다"며 "앞으로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는데 앞장서겠다"라고 말했다.

/남양주=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