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주 글·그림. 비사이드, 208쪽, 1만4000원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을 할 수 없고, 남자친구가 있어도 결혼을 할 수 없고, 숨만 쉬고 살아도 내 집을 살 수 없다는 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어버린 시대. 이제는 가까운 해외로 여행을 가고, 소소한 명품을 사는 '작고 확실한 행복'조차 부담스러워졌다. 하지만 불행한 것도,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굳이 애써서 행복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다. 행복이란 붙여넣기 한 듯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어쩌다 발견하는 것, 천천히 스미는 것, 가볍게 일렁이는 것이니까. 대학 재학 시절에 일러스트레이터로 첫발을 내디딘 작가 이민주(필명 무궁화)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혼자서 그림을 그리며 활동한다. 누군가 정해준 룰도, 기준도 없는 게 불안한 나날 속에서 자신만의 시선으로 발견한 '어렴풋한 행복'을 그림 속에 담아낸다. 남을 의식할 필요 없는 행복의 순간들, 오로지 '진짜 나를 위한 시간'을 서툴지만 진심어린 필치로 그리고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