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 이해우 인천항운노동조합 위원장
인천항 노조대표로 12년
일터가 흔들리는 건 처음
부두 친수·물류 공존해야
일방적 추진 땐 강력 대응

인천항은 위기다. 경제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지만 일터가 흔들릴 때는 사정이 다르다. 일터를 송두리째 뺏길 수 있는 내항재개발 마스터플랜, 인천 내항 물동량을 좌지우지하는 중고차 수출 물량 이탈 논란은 이해우(69) 인천항운노동조합 위원장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이 위원장은 "5월 정기대의원대회를 끝으로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 했던 인천항과 작별해야 한다"라며 "여전히 인천항에는 많은 현안이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에게 신년 계획과 최근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유종의 미' 준비한다

매년 항운노조는 한 해의 정책 방향을 발표한다. 하지만 올해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지 않았다. 5월 임기가 마무리되고 새로운 집행부가 선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매년 조합정책방향에 대해 알리고 말씀드리는 시간을 가져왔지만, 올해는 새로운 집행부 구성이 예정돼 있습니다. 방향도 새 집행부가 발표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2007년 당선됐다. 노조 대표로서 12년의 시간을 보냈다. 이 위원장은 세간의 평가가 어떨지 몰라도, 스스로 인천항 발전과 노사 상생에 최선을 다했다고 고백했다.
"조합원의 강한 단결력은 인천항 현안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습니다. 노조는 조합원 동지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단체이기도 합니다. 늘 동지들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 위원장은 남은 임기 마무리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4월 말까지 남은 사업을 마무리하고 회계도 정리해야 한다. 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선과 갈등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곧 임기가 끝나지만 손을 놓는 건 옳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4월 말까지는 사업계획을 성실히 이행하고, 필요하다면 차기 위원장 선출과정을 관리·감독하는 역할도 수행할 예정입니다."

▲위기의 인천항

인천항은 내항재개발 마스터플랜으로 큰 부침을 겪고 있다. 대책 없이 내항재개발이 이뤄지면 내항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된다.

"내항재개발에 대한 우리 조합의 입장은 일관됩니다. 1·8부두가 어쩔 수 없이 개방됐지만 나머지 부두는 무역항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으니, 친수공간과 물류기능이 공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선포식은 매우 일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분히 정치적인 논리, 즉 표를 의식한 것이 아니었는지 의문이 듭니다. 인천시가 일방적으로 내항재개발을 추진하면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하겠습니다."
중고차 수출물량 이탈도 큰 문제다. 자칫 일거리가 줄고 일부 노동자는 일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중고차 수출업체들이 합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부지를 마련해야 합니다. 만약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이 무산되면 경쟁항만으로 물량 25만대가 모두 이동할 수 있습니다. 부두운영사 영업이익 감소, 항만종사자 고용불안 가중은 곧 인천항 전체의 생존권에 직결됩니다. 인천항만공사(IPA)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특정 지역을 고집하지 말고 부지 조성에 앞장서야 합니다."

이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인천항의 발전을 위해 모두가 함께 해 줄 것을 당부했다. 시민의 자산이자 경제의 대동맥인 항만이 살아야 지역 경제가 다시 부흥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항재개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시민 전체의 마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항만 발전을 위해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5월 임기가 끝날 때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남은 시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